왼쪽부터 엘지 김재박 감독, 에스케이 김성근 감독.
에스케이-엘지는 지난달 15일 문학경기장에서 12회말 4-4로 승부를 내지 못했다. 그 다음날에는 연장 10회에 터진 이진영의 결승 1타점 2루타로 엘지가 6-5 승리를 거뒀다.
1·2위팀의 승부로 눈길을 모았던 12일 잠실경기에서도 연장 승부의 ‘악연’이 이어졌다. 9회말 1-9로 뒤지던 엘지가 안타 8개로 8득점을 올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것이다. 결국 12회에만 6득점한 에스케이의 16-10 승리로 끝났다.
경기 종료시간은 12일 자정을 넘긴 0시9분. 경기시간 5시39분으로 올 시즌 최장시간, 역대 세 번째 최장시간 경기로 기록됐다. 최장시간 기록은 지난해 9월3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한화의 5시간51분이다. 또 무박2일 경기로는 지난 시즌 2차례에 이어 세 번째다. 최장시간을 기록한 경기인 만큼 기록들도 쏟아졌다. 9회말 최다인 8득점(이전 6점), 올시즌 최다인 47명 출장(통산 기록은 51명), 올시즌 최다인 36안타(통산 기록은 39개)가 나왔다.
두 팀 모두 총력전을 펼친 탓에 보기드문 장면도 연출됐다. 포수 김정민은 10회초 프로 생활 16년 만에 처음 좌익수 수비를 했다. 9명의 투수를 기용하며 불펜진을 소모한 엘지는 12회 우규민이 빈볼로 퇴장당하자 지명타자 최동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프로 데뷔 15년 만에 ‘첫 등판’한 최동수는 최고구속 131㎞로 에스케이 박경완을 뜬공 처리하며 한숨을 돌렸다. 에스케이 역시 12회말 선발요원인 카도쿠라 겐을 마운드에 올리는 초강수를 두고 경기를 끝냈다.
다 이긴 경기를 놓칠뻔했던 에스케이 김성근 감독은 “이러한 경기를 통해 선수들이 승부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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