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60㎞ 광속구 ‘0.4초의 승부’
임창용, 사이드암으로 160㎞ 던지는 비결
마지막 순간 손등이 하늘 향하는 ‘뱀 직구’
마지막 순간 손등이 하늘 향하는 ‘뱀 직구’
투구판에서 홈플레이트까지 거리는 18.44m다. 시속 140~150㎞로 던졌을 때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포수 미트에 꽂힐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0.43~0.46초 정도다. 시속 160㎞대의 ‘광속구’는 0.4초에 불과하다. 전설의 강속구 투수 놀란 라이언 이후 최근 몇년 새 160㎞대 투수가 부쩍 늘었다. 0.4초의 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 누가 누가 빠른가? 놀란 라이언(62)은 1974년 101마일(162.5㎞)을 기록했다. 이 스피드는 20년 동안 깨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롭 넨(40)이 플로리다 말린스에서 뛰던 1994년 102마일(164.1㎞)을 찍으며 마침내 라이언을 넘어섰다. 넨의 기록도 2006년 조엘 주마야(25·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104마일(167.3㎞)을 던지며 9년 만에 깨졌다.
주마야의 기록도 오래가진 않을 것 같다. 베이징올림픽 국가대표 스티븐 스트래즈버그(21·샌디에이고주립대)는 지난해 역대 2위에 해당하는 103마일(165.8㎞)을 던져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슬라이더도 150㎞에 이르러 올해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1순위로 떠올랐다. 아마야구 최강 쿠바의 좌완특급 알베르틴 차프만은 지난 3월 세계야구클래식(WBC)에서 102마일(164.1㎞)을 서너 차례 찍은 적이 있다.
■ 임창용 미스터리 한국 선수 중엔 박찬호(36·필라델피아 필리스)가 1996년 ‘마의 100마일’(160.9㎞)을 뿌린 적이 있다. 그런데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중인 임창용(33·야쿠르트 스왈로스)이 지난 15·16일 이틀 연속 160㎞를 찍었다. 그는 위에서 내리꽂는 오버스로가 아니라 옆으로 던지는 사이드암 투수다. 그런데도 ‘광속구’가 가능한 것은 마지막에 손등이 하늘로 향하는 특유의 ‘뱀 직구’ 덕분이다. 구경백 <경인티브이> 해설위원은 “활을 쏠 때 최대한 잡아당기듯이 임창용은 옆에서 보면 머리 뒤로 팔꿈치가 보일 정도로 최대한 젖힌 뒤 자신의 체중을 실어 스피드를 높인다”고 설명했다.
■ 못 믿을 스피드건 현재 기네스북에 오른 가장 빠른 공은 여전히 라이언의 162.5㎞다. 라이언 이후 기록은 스피드건을 못 믿겠다며 공식 기록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임창용의 소속팀 야쿠르트의 안방인 진구구장은 다른 구장보다 3~4㎞ 후하다는 게 정설이다. 국내에서는 문학구장이 같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기주(22·기아)는 지난해 문학구장에서 160㎞를 찍었지만 기아가 자체적으로 측정한 스피드건에는 155㎞로 나타났다.
공격할 때 홈런이 능사가 아니듯이 마운드에서도 광속구만으로는 살아날 수 없다. 일본 프로야구 와타나베 슌스케(33·지바 롯데 머린스)는 130㎞도 넘지 않는 공으로 타자들을 잘도 농락한다. 구경백 위원은 “160㎞ 광속구도 좋지만 제구력을 갖춘 130㎞짜리 변화구가 더 가치 있는 게 야구”라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역대 시속 160㎞대 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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