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별 구완승
구원으로 8승 다승 공동선두…두경기 중 한경기꼴 등판
‘밑져야 본전’인게 구원투수의 숙명이다. 팀이 앞선 상황에서 등판해 잘 막으면 본전치레를 하는 것이지만, 역전이라도 당하는 날에는 ‘역적’이 따로 없다. 그런 중간계투에게도 미소를 짓게 만드는 게 있다. ‘구원승’이다. 동점 상황에 등판해서 얻는 구원승만큼 짜릿한 것도 없다.
두산 구원투수 임태훈(21)은 11일 엘지전에 3-3 동점이던 7회 등판해 2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뒤, 8회말 팀이 득점에 성공함에 따라 승리를 챙겼다. 시즌 8승(1패1세이브)으로 리그 최고 좌-우 원투펀치로 평가받는 김광현, 송은범(이상 SK)과 다승 부문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임태훈의 기록을 따져보면, 평균 5⅓이닝·투구수 87개 당 1승씩 챙긴 셈. 김광현은 평균 10⅓이닝·투구수 166개당, 송은범은 평균 9이닝·투구수 151개당 1승을 올렸다. 그러나, 구원투수는 선발투수와 비교해 1~2일 꼴로 등판하고 마운드에 오르기 전 불펜에서 40~50개의 공을 던지기 때문에 단순 수치만 놓고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임태훈은 11일까지 두산이 치른 55경기 중 절반이 넘는 28경기에 등판했다. 두산이 승기를 잡은 경기는 거의 등판했다고 볼 수 있다. 평균자책은 2.25. 피안타율도 0.169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탈삼진율이 좋다. 이닝당 평균 1.18개꼴로 삼진을 뽑아내고 있다. 탈삼진 1위 고효준(이닝당 평균 1.19개)과 비슷하고, 김광현(0.85개)이나 류현진(0.86개)보다는 낫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은 0.84로 가히 특급 수준이다. 임태훈은 “다승은 어차피 선발이 아니기 때문에 큰 의미를 안 둔다. 다만, 삼진은 많이 잡고 싶다”고 말했다. 임태훈의 지난해 WHIP는 1.12, 이닝당 평균 탈삼진수는 0.95개였다.
한편, 각 구단은 올해 극심한 선발 가뭄에 시달리며 구원승을 쏟아내고 있다. 8개 구단 전체 승수(221승) 중 37%인 81승이 구원승이다. 선발보다는 뒷문이 강한 두산(33승 중 16승)과 삼성(28승 중 15승)이 구원승 비율이 높은 편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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