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부진에도 꾸준히 격려…최근 17일만에 세이브 ‘재시동’
“용찬이가 마음고생이 많았다. 그러나 세이브를 따냈지 않은가. 마음고생을 조금 털어낸 것 같다.”
두산 김경문 감독이 지난 23일 잠실 삼성과의 경기에서 마무리 이용찬의 세이브로 팀이 5-4로 승리한 뒤 밝힌 소감이다. 이용찬은 이날 17일 만에 세이브를 올리고 23세이브로 구원부문 단독 1위로 올라섰다. 후반기 부진에도 꾸준한 격려와 지지를 보내던 김경문 감독의 ‘믿음’에 화답하는 순간이었다.
2007년에 두산에 입단한 이용찬은 올 시즌 처음 풀타임 마무리를 맡아 두산 2위 사수의 밑바탕이 됐다. 개막 뒤 6월까지 21이닝을 던지며 17세이브(1패), 평균자책점 1.71로 두산의 뒷문을 확실히 책임졌다. 그러나 7월 이후 지난 23일 경기까지 6세이브(1패)를 올렸지만 9이닝 동안 평균 자책점 8.00의 부진을 보이며 ‘신인급 투수의 한계’를 노출했다. 가벼운 무릎 통증까지 찾아왔다. 지난 15일 목동 히어로즈전에서는 9회말 팀이 5-4로 앞선 상황에서 볼넷 4개를 내주며 동점을 허용했고, 다음날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도 5-3으로 앞선 9회말 3피안타 2자책점으로 구원 실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의 믿음은 계속됐다. 18일 잠실 엘지와의 경기 전 김 감독은 “몸 상태가 나쁜 것은 아니다. 용찬이에게 위기가 늦게 온 것이다. 그다음이 중요하다”며 “위기를 이겨내야 큰 선수도, 스타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위기 상황에서 세이브를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스무 살 이용찬에 대한 격려를 잊지 않았다. 그 뒤로도 김 감독은 “세이브 1위 투수답게 던져라”라며 이용찬을 꾸준히 격려했다.
25일 현재 2위를 달리고 있는 두산은 ‘믿을맨’ 이재우가 2군에 내려가고, 임태훈이 부진을 보이는 등 구원투수진에 과부하가 걸려 어려운 경기를 펼치고 있다. 이용찬의 구실이 중요한 때다. 김경문 감독의 ‘믿음’을 바탕으로 이용찬이 팀의 1위 탈환과 구원 1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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