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포스트시즌 좌절
2~3년차 선수들 ‘희망’
2~3년차 선수들 ‘희망’
“해봐야죠. 안되면 내년을 기약하고. 오늘 경기 최선을 다할 뿐….”
삼성의 1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걸린 에스케이(SK)와의 승부를 앞둔 23일 인천 문학구장. 벼랑 끝에 몰린 선동열 삼성 감독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9회초 1점을 쫓아가며 힘을 냈지만, 결국 승부는 4-7로 삼성의 패배. 1997년부터 12년 연속으로 가을잔치에 진출했던 삼성 ‘신화’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삼성의 2009 시즌은 남은 2경기의 승패와 상관없이 5위로 결정됐다.
삼성의 올 시즌은 험난했다. 진갑용·박진만 등 간판급들의 잇따른 부상과 에이스 배영수의 부진(1승12패)으로 팀 동력을 잃었다. 하지만 최형우·박석민·채태인 등 ‘젊은 사자’들이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타석에서 힘을 내고, 차세대 에이스 윤성환(14승5패)이 활약하며 시즌 막바지까지 롯데와 4위 싸움을 벌여 왔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지금의 라인업으로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라며 올 시즌 겪었던 삼성의 고충을 내비쳤다.
하지만 삼성의 뒷문을 확실하게 책임지던 ‘돌부처’ 오승환과 ‘양신’ 양준혁의 후반기 전력 이탈은 피말리는 4강싸움에서 치명적인 손실이었다. 정현욱·권혁 등 삼성이 자랑하는 중간계투진에 과부하가 걸렸고, 타석에서는 결정적인 한방을 쳐주는 해결사가 없었다. 윤성환, 브랜든 나이트 외에 믿고 맡길 선발투수도 부족했다. 삼성은 중요한 고빗길이던 12~13일 롯데전에서 연패를 당하며 불리한 4강 싸움을 이어왔다.
비록 13년 만에 좌절을 맛봤지만 희망은 봤다. 윤성환·채태인·박석민·최형우 등 2~3년차 선수들이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백업요원이던 신명철·강봉규의 가능성도 재확인했다. 일찌감치 구단으로부터 재계약 통보를 받은 선동열 감독은 “올해 베테랑 선수들의 부상 공백이 많았지만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며 “우리 팀은 세대교체가 잘 되고 있다. 남은 두 경기를 잘 마무리하고 내년 시즌 준비를 착실히 해서 성원해주신 팬들께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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