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선수들이 24일 전북 군산월명경기장에서 열린 히어로즈전 승리로 한국시리즈 직행을 확정짓자 환호하면서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군산/연합뉴스
히어로즈 제물로 한국시리즈 직행
김상현 36호 축포
김상현 36호 축포
히어로즈 강정호의 땅볼이 3루수 김상현의 정면으로 날아가는 순간 군산 야구장은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가득 찼다. 관중석에서 날린 노란 꽃가루가 반짝하는 것도 잠시, 색색깔의 폭죽이 군산 하늘을 수놓았다. 1997년 정규리그 1위 이후 12년을 기다린 기아 팬들에게 그토록 고대하던 순간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그라운드로 뛰어나온 맏형 이종범의 눈시울은 붉게 물들었다.
기아는 24일 군산 안방경기에서 히어로즈를 5-0으로 꺾고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직행의 감격을 맛봤다. 과거 해태 시절 91년, 93년, 96년, 97년(단일리그)에 이어 5번째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하며 ‘명문구단’의 부활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경기 전 기아 벤치는 비교적 차분했다. 조범현 감독은 “마음가짐을 편하게 하면 좋은 결과가 있는 것 같다”라며 여유를 보였고, 선수들은 평소처럼 몸을 풀었다. 시즌 21번째로 매진된 군산 야구장을 가득 메운 노란 막대풍선의 물결은 경기 내내 계속됐다. 내·외야석, 통로 가릴 것 없이 경기장을 메운 기아 팬들은 연신 “최희섭 홈런, 김상현 홈런”을 목청껏 외쳤다.
관중들의 바람대로 최희섭, 김상현의 홈런과 외국인 투수 아킬리노 로페즈의 호투로 기아의 정규리그 1위는 결정됐다. 군산이 고향인 김상현은 1회초 선취점을 내는 적시타를 뽑아낸 데 이어 3회말 왼쪽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30m짜리 2점 홈런(36호)을 때려냈다. 최희섭 역시 5회말 2점 홈런을 쏘아올리며 팬들의 환호에 보답했다. 올해 기아의 선발을 확실하게 책임졌던 로페즈는 7이닝 동안 3안타 무실점 호투하며 전구단 상대 승리를 거두는 동시에 다승부문 공동 선두 14승(5패)로 올라섰다. 노장 이종범은 톱타자로 출전해 4타수 2안타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시즌 80승(48패4무)으로 남은 1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1위를 확정지은 기아는 10월15일부터 시작되는 한국시리즈에서 통산 10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정규리그 1위 팀이 한국시리즈에 우승한 경우는 1982~1988년 전후기 리그, 1999~2000년 양대리그를 제외한 단일리그 18번 중 15번이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24일 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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