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조범현 감독 “감독실서 두꺼비 보고 좋은 예감”
기아가 지난 24일 군산에서 12년 만의 정규리그 우승 감격을 누렸지만, 감독·선수와 구단 프런트들은 막판까지 가슴을 졸여야 했다. 조범현 감독은 이날 경기 뒤 “지난 18일 엘지와의 광주 3연전에서 두꺼비를 봤다. 감독실로 출근했는데 주먹만한 두꺼비가 바닥에 있었다”며 “두꺼비가 좋은 징조를 가져다준다고 하던데 좋은 예감이 들었다”면서도, 1위 확정까지 안심할 수 없었던 마음을 내비쳤다.
8월말 기아가 2위와 6.5경기차로 1위를 달릴 때만 해도 아무도 기아의 정규리그 1위를 의심하지 않았다. 기아는 지난 4일 구단 누리집을 통해 5일 동안 ‘한국시리즈 직행일을 맞히라’란 행사를 하며 정규리그를 1위로 마칠 준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시즌 막판 에스케이가 프로야구 최다연승 기록인 17연승을 달리며 맹추격을 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기아는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5연패를 당하며 에스케이에 1경기차로 턱밑까지 쫓겼다.
이날 기아가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지은 뒤 기아 구단 관계자는 “행사는 시작했는데 2위에 쫓기며 조마조마했다”며 “그래도 정답자는 나왔다”고 웃었다. 경기 전 조범현 감독도 “에스케이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팀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몇 승을 더한 것 같다”며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던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결국 승리의 여신은 기아의 손을 들어줬다. 1위 결정을 앞두고 비로 연기된 경기 때문에 광주가 아닌 제2구장인 군산에서 경기를 치르게 된 기아는 군산 출신 김상현이 적시타와 2점 홈런을 터뜨리며 이날 5-0 승리에 앞장섰다. 김상현은 “고향이 군산이어서 그런지 군산 시민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고 고향 팬들에 대한 사랑을 보였다.
기아 구단 관계자는 “시즌 초 4강이 목표였는데, 막상 1위를 앞에 두니 많이 불안했다 ”며 “정규리그 1위의 기쁨보다는 한국시리즈 준비를 차분히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기아 선수단은 공식적인 회식 없이 광주로 이동해 25일 경기를 위해 휴식을 취했다.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을 향해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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