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 선발투수진 무너져 플레이오프 진출 좌절
두산 김현수·김동주, 3홈런10타점 합작 맹활약
두산 김현수·김동주, 3홈런10타점 합작 맹활약
1989년부터 지난해까지 정규시즌 3-4위팀 간 18차례의 준플레이오프 대결에서 1차전을 진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두산이 그 역사를 새로 썼다. 1차전을 이기고도 내리 3연패를 당한 롯데 역시 어두운 역사의 한 장을 장식해야 했다.
■ 선발투수 명암 롯데는 조정훈(14승) 장원준(13승) 송승준(13승) 3명의 막강 선발진을 보유하고도 선발 재미는 1차전 1승(조정훈)뿐이었다. 선발이 부실해 불펜으로 버티려던 두산이 오히려 2차전부터 3차례 연속 선발승 행진을 펼쳤다. 무엇보다 2차전 6이닝 무실점으로 기대 이상 던진 두산 선발 금민철의 활약이 컸다. 롯데로서는 지나치게 선발에 크게 의존하다 대량 실점 뒤 뒤늦게 투수를 교체해 만회할 기회를 놓쳤다. 두산은 4명의 선발이 3실점(3자책)한 반면 롯데는 4명의 선발이 22실점(17자책)했다.
■ 실책에 무너진 롯데 롯데는 4경기 8개의 실책으로 무너졌다. 3차전 2회초 좌익수 김주찬이 타구를 더듬어 실점했고, 투수 송승준이 번트 타구를 처리하지 못한 것이 대표적인 예. 롯데는 실책으로 내준 만루 위기에서 김동주에게 홈런을 맞아 2회에만 6실점했다. 좌익수 김주찬은 3경기 연속 실책, 2루수 조성환과 3루수 정보명도 실책으로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수비를 잘했다면 이길 수 있는 경기도 있었다”고 아쉬워했을 정도였다.
■ 중심타선의 희비 두산의 3·4번 김현수와 김동주가 롯데의 타선을 압도했다. 김현수와 김동주는 각각 타율 0.538과 0.462로 홈런 3방과 10타점을 합작해 해결사 몫을 해냈다. 롯데는 ‘캡틴’ 조성환이 1차전 4타수 4안타 1타점으로 빛났지만 나머지 3경기에서 2안타로 부진했고, 타격왕 홍성흔은 15타수 3안타, 타율 0.200에 타점은 1개뿐이었다. 선두타자 김주찬(17타수 6안타)이 6타점으로 제 몫을 했고, 이대호는 타율(0.563, 16타수 9안타)에 비해 내용(3타점)이 빈약했다. 안타 수에서 두산(44개)과 롯데(38개)가 큰 차이가 없었지만 타점에서 두산이 24-14로 앞선 것은 타선의 응집력 차이를 보여준다.
■ 미완성의 로이스터 매직 롯데를 2년 연속 가을축제로 이끈 ‘로이스터 매직’은 포스트시즌에선 빛을 보지 못했다. 지난해 삼성에 3연패로 무너지더니 올핸 1승 뒤 3연패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실수가 너무 잦았다”고 했지만 그 원인에 대한 분석과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2년 계약이 끝나는 그는 “롯데와 재계약을 원한다”고 했다. 과연 그가 내년에도 사령탑을 맡아 못다 한 ‘매직’을 완성시킬지 주목된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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