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두산 감독은 7일 에스케이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감기 몸살에 걸린 고영민의 몸 상태를 걱정했다. 하지만 전날 미디어데이에서 고영민을 키플레이어로 꼽은 김경문 감독은 “몸 상태가 안 좋아 힘이 빠졌으니 더 잘 칠지도 모른다”며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김 감독의 기대대로 경기가 시작되자 고영민의 ‘감기 투혼’이 빛났다. 2번 타자로 경기에 나선 고영민은 1회초 첫 타석에서 에스케이 선발 게리 글로버를 상대로 우월 솔로홈런을 때려내며 주변의 걱정을 잠재웠다. 글로버의 135㎞짜리 바깥쪽 높은 슬라이더를 밀어쳐 오른쪽 담장을 살짝 넘긴, 비거리 105m의 홈런은 이날 두산 승리의 결승점이 됐다.
4회에도 고영민은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에스케이의 김강민의 처리하기 쉽지 않은 내야 땅볼을 잡아 몸을 날려 1루로 송구하는 호수비를 연출했다. 경기 내내 안정적인 수비를 보이며 ‘감기 몸살’을 잊은 모습을 보였다.
경기 뒤 고영민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코를 훌쩍이고 있었다. 고영민은 “큰 경기에서는 작은 실수 하나로도 승패가 갈리기에 집중했던 게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몸이 안 좋았기 때문에 타구 하나하나에 더 집중했다”고 말했다. 1회 홈런에 대해서는 “바람의 영향으로 넘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문 감독이 키플레이어로 꼽은 것에 대해서는 “시즌 내내 도움이 못 돼서 분발하라는 말로 생각했다”고 몸을 낮췄다. 인천/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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