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두 팀 감독은 타격전을 예상했다. 김성근 에스케이 감독은 “(점수를) 뺏고 뺏기는 5점 승부가 예상된다”고 했고, 김경문 감독도 “5점 이상의 승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팀의 ‘허약한’ 외국인 선발 투수 때문이었다.
에스케이 선발 카도쿠라 겐은 올 시즌 두산전 4경기(1승1패)에서 17이닝 동안 13점(12자책점)을 내줘 평균자책점이 6.35에 이르렀다. 두산 선발 후안 세데뇨도 마찬가지였다. 에스케이전 5경기(1승2패)에서 15⅔이닝 동안 9실점해 평균자책점이 5.17이었다. 두 선수의 상대팀 피안타율은 0.333(카도쿠라), 0.394(세데뇨)나 됐고, 볼넷을 10개씩 내주며 불안한 제구력을 보였다.
그러나 이날 두 투수는 완전히 다른 선수였다. 감독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카도쿠라는 6⅓이닝 3안타 1실점(비자책), 세데뇨는 5이닝 3안타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꽁꽁 묶었다.
카도쿠라는 최고구속 시속 150㎞에 이르는 빠른 공과 포크볼이 일품이었고, 세데뇨 역시 140㎞대의 직구와 커브, 체인지업으로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삼진쇼도 벌였다. 카도쿠라는 4타자 연속, 세데뇨도 3타자 연속 삼진을 잡는 등 각각 7개와 6개의 삼진으로 둘 다 올 시즌 한 경기 개인 최다탈삼진도 기록했다.
두 감독은 그래도 불펜을 더 믿었던 탓인지 투구 수가 75개(세데뇨), 88개(카도쿠라)에 그친 두 선수를 나란히 6회와 7회 교체했다. 두 선발의 ‘살벌한’ 투수전은 승부를 가리진 못했지만 이날 경기의 또다른 볼거리였다.
인천/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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