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종욱(29)은 내년 4월이면 아빠가 된다. 방출 등의 시련을 겪을 때 묵묵히 자신의 곁을 지켜줬던 아내 양유정씨가 첫아이를 임신한 것이다. 아기의 태명은 ‘꼬미’. 그 이유를 묻자 이종욱은 뭐가 부끄러웠는지 두 볼이 빨개진 채 “둘이 통한 게 있었어요”라며 환한 미소만 지었다.
‘예비 아빠’ 이종욱이 일을 냈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4타수 무안타 삼진 2개로 침묵하며 1번 타자 몫을 해내지 못했던 이종욱은, 2차전에서는 1회부터 에스케이 카도쿠라 겐과 정상호 배터리를 흔들었다. 3루 쪽 내야 안타로 출루한 이종욱은 1사 뒤 김현수 타석 때 2루를 훔쳤고, 에스케이 포수 정상호의 송구가 빠지는 틈을 타 3루까지 달렸다. 이종욱은 김현수의 내야 땅볼 때 빠른 발로 홈을 밟으며 두산의 선취 득점을 올렸다. 순전히 ‘발’로 만들어낸 점수였다.
이종욱의 활약은 8회 다시 빛났다. 7회 터진 에스케이 박정권의 솔로 홈런으로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곧이은 8회초 반격에서 이종욱은 2사 주자 3루에서 우중간 2루타를 터뜨리며 결승점의 주인공이 됐다. 이어 터진 고영민의 투런 홈런으로 홈까지 밟았다. 이종욱은 이날 네 차례 타석에 들어서 세 차례나 출루했다. 3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으로 전준호(히어로즈)가 가지고 있는 플레이오프 통산 최다득점 기록(16점)에도 1개 차로 다가섰다.
이종욱은 경기 뒤 인터뷰 때 유니폼에 슬라이딩 흙자국이 선명했다. 그는 “시즌 중 부상 등으로 부진해 포스트시즌 때 만회하려고 더 집중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기뻐했다.
인천/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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