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11분간 지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11분간 경기가 중단되고, 포스트시즌 사상 최초로 감독이 퇴장하는 일이 발생했다.
2-0으로 앞선 기아의 6회말 공격 1사 주자 1·2루 상황. 기아 이종범이 2루수 앞 땅볼을 쳤고, 에스케이 2루수 정근우는 곧바로 유격수 나주환에게 송구했다. 여기까지는 흔히 볼 수 있는 병살 플레이 직전 상황. 하지만 나주환이 1루 주자 김상현을 포스아웃시킨 뒤 1루로 송구한 공은 땅에 패대기를 친 꼴이 됐다. 김상현이 슬라이딩하면서 왼발은 2루 베이스를 향했지만 오른발이 나주환의 오른발과 스친 것이다. 악송구가 된 사이 2루 주자 최희섭은 여유 있게 홈으로 들어왔고, 타자 주자 이종범도 2루까지 진루했다.
김성근 에스케이 감독은 더그아웃에서 나와 심판에게 김상현의 수비방해라고 강력히 항의했고, 심판들은 정상적인 주루플레이였다고 판단해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감독은 저녁 8시20분께 수비하던 선수들을 철수시켰고, 심판진은 3분을 기다렸다가 ‘선수단 철수’를 이유로 김 감독의 퇴장을 선언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7월28일 규칙위원회에서 ‘감독이 어필 도중 또는 어필 종료 후 선수단을 그라운드에서 철수시키는 경우 원활한 경기운영을 위해 감독을 즉시 퇴장조치한다”는 조항을 정해 후반기부터 적용하고 있다.
결국 저녁 8시19분 중단된 경기는 8시30분 에스케이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되돌아오면서 11분 만에 재개됐다. 조종규 심판장은 “김상현의 주루플레이는 3피트 라인을 벗어나지 않았고, 오른발도 높이 들지 않았다”며 “통상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주루플레이였다”고 밝혔다.
퇴장당한 김성근 감독은 원정팀 감독실에서 텔레비전으로 30분가량 경기를 보다가 밤 9시께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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