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메이저리거 1호의 꿈을 안고 15년 전 태평양을 건너갔던 21살 청년이 이제 두 아이의 아빠가 돼서 꿈에 그리던 월드시리즈 마운드를 밟게 됐다. 박찬호(36·필라델피아 필리스)가 메이저리그 진출 15년 만에 월드시리즈 무대에 처음 서게 된 것이다.
박찬호의 소속팀 필라델피아는 22일(이하 한국시각) 안방인 시티즌스 뱅크파크에서 열린 내셔널리그 챔피언십(7전4선승제) 5차전에서 엘에이 다저스를 10-4로 꺾고 4승1패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1994년 엘에이 다저스에서 데뷔한 박찬호는 16시즌 동안 6차례 10승 이상을 거두고 통산 100승도 이뤘지만 유독 월드시리즈와는 인연이 없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소속으로 2006년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한 차례 등판하고, 지난해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내셔널리그 챔피언전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한 게 ‘가을야구’ 인연의 전부다. 후배 김병현이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소속으로 월드시리즈에서 활약하고 우승반지를 끼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박찬호는 이날 팀이 8-3으로 앞선 7회초 등판해 최고 시속 94마일(151㎞)의 직구를 앞세워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8회 2안타를 맞고 주자 둘을 남겨놓고 내려가 1자책점을 기록했다. 이번 시리즈에서 4경기에 등판해 3⅓이닝 평균자책점 8.10, 1홀드 1패의 성적을 올렸다.
필라델피아는 통산 7번째 월드시리즈에 올라 1980년과 지난해에 이어 세 번째 우승반지에 도전한다. 23일 열리는 뉴욕 양키스와 엘에이 에인절스의 아메리칸리그 챔프전 5차전 승자와 29일부터 7전4선승제 대결을 펼친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