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싸움·개구리번트·감독 퇴장
요동치는 한국시리즈
고비마다 예기치 않은 변수
요동치는 한국시리즈
고비마다 예기치 않은 변수
데이터 야구의 신봉자 김성근 에스케이 감독과 제자 조범현 감독이 만난 한국시리즈. 하지만 승부는 데이터를 벗어나는 예기치 않은 변수에 크게 요동쳤다.
1~2차전에서 에스케이가 불운에 울었다면, 3~4차전 불운의 피해자는 기아였다. 1차전 2-0으로 앞선 4회초 1사 1·3루에서 나주환의 잘 맞은 타구가 기아 1루수 최희섭의 글러브에 거짓말처럼 빨려들어가 1루 주자까지 아웃됐다. 몸이 덜 풀린 기아 타선이었다는 점에서 승리를 결정지을 수 있는 기회가 찬물을 끼얹는 순간으로 돌변했다. 기아 타선을 완벽하게 요리하던 선발 카도쿠라 켄이 어깨 통증으로 73구만 던진 채 마운드를 내려간 것도 불운의 연속이었다. 1차전부터 중간 투수들을 기용한 에스케이는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평정심을 잃은 것도 불운 중 하나다. 3차전 정근우와 신경전을 벌인 기아 두 번째 투수 서재응이 대표적이었고, 5차전 선수단 철수를 지시해 한국시리즈 역사상 역대 첫 번째 감독 퇴장 1호의 불명예를 안은 김성근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재응은 3차전 3·4회를 무실점으로 잘 던지다 4회말 2사 뒤 정근우와 말 다툼 끝에 두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몰려나오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신경전의 피해자는 서재응이었다. 5회 들어 2피안타와 볼넷, 몸맞는공으로 순식간에 4실점했다. 0-4로 지고 있던 기아가 0-8로 벌어지면서 추격의지를 상실했다.
하지만 불운은 한 팀에게만 계속 오는 것은 아니다. 5차전 행운의 여신은 기아 쪽이었다. 3회말 1사 1·3루 기회에서 ‘개구리 번트’ 스퀴즈 작전으로 선취점을 뽑는데 기여했던 이용규는 “상대가 공을 뺐는데, 다행히 내게 운이 따랐다”고 했다. 기적같은 번트에 망연자실했던 에스케이는 6회말 1루주자 김상현의 2루 진루 때 수비방해 논란 속에 선수단이 철수하고 김성근 감독이 퇴장당하는 사태를 겪었다. 팽팽한 긴장감이 경기를 지배하는 한국시리즈에선 작은 플레이 하나가 팀의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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