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33)의 한국시리즈 5차전까지 포스트시즌 성적표는 8타수 무안타. 지독히도 안 맞았다. 그러나 “이호준이 열쇠다. 잘해주면 에스케이가 산다”는 김성근 감독의 믿음은 무겁기만 했다. 역시 베테랑은 달랐다. 팀이 2승3패로 벼랑 끝에 몰리자 ‘고참의 본능’이 깨어났다.
에스케이 이호준이 포스트시즌 첫 안타를 한국시리즈 6차전 결승 홈런으로 때려내며 팀을 위기에서 건졌다. 이호준은 2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윤석민의 가운데로 몰린 실투성 체인지업을 놓치지 않고 왼쪽 담장을 넘겼다. 선취점인 동시에 전날의 패배로 가라앉은 팀의 분위기를 초반에 살리는 홈런이었다. 이호준은 팀이 2-0으로 앞선 4회에도 선두 타자로 안타를 치고 나가 조동화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도망가는 점수를 벌었다.
김성근 에스케이 감독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이호준, 김재현 고참들이 잘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12살 어린 프로 3년차 이재원(21)이 자신을 대신하는 모습을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지만 연습 때 묵묵히 땀을 흘리던 이호준을 김 감독은 수시로 챙겼다. 이호준에 대한 믿음은 한국시리즈 2·4차전 선발 지명타자 출전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호준은 2차전 0-1로 뒤진 6회초 1사 1·2루에서 병살타를 때리고 4차전에는 3번 타자로 나와 삼진만 두 개 당하고 무안타로 침묵하며 기대에 보답하지 못했다.
이호준은 경기 뒤 “수훈선수 인터뷰는 2년 만”이라며 “오늘 홈런 친 폼이 잊고 있던 내 폼이었다. 아쉬움을 남지기 않으려 타석에 들어섰다”며 웃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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