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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김성근과 벌떼들’ 지상에서 가장 질긴 야구

등록 2009-10-25 20:12

SK 채병용·박정권 투혼
그라운드에 남은 에스케이 선수들은 장승처럼 서 있었다.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으로 잠실구장이 온통 기아 선수들과 팬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지만, 그들에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했다. 7차전 끝내기 홈런을 맞은 ‘불명예 주인공’ 채병용은 속절없이 마운드 주변을 맴돌았다. 그의 눈에 그라운드에 주저앉은 3루수 최정이 들어왔다. 마운드를 내려오며 끝내 참았던 눈물이 고였다. 흐르는 눈물은 숙소까지 이어졌다.

비록 잔치의 조역이 됐지만 에스케이는 잘 싸웠다. 부상으로 박경완, 김광현, 전병두 등 ‘핵심 전력’이 빠지고, 투수들의 몸 상태도 정상도 아니었지만 2패 뒤 3연승으로 두산을 꺾고 올라와 기아와 7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 그 바탕에는 채병용, 박정권 등 선수들의 투혼과 집중력이 있었다.

위기 때마다 팀을 구한 채병용의 팔꿈치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군 입대를 앞두고 마운드에 오르고 싶어 팔꿈치 수술도 미루고 포스트시즌 등판을 자청했다. 그는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 5⅓이닝 1자책점의 호투로 팀이 3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오르는 데 발판을 놨고, 1승2패로 밀린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도 선발로 5⅔이닝 1자책점으로 팀을 구했다. 6차전에는 8회 마운드에 올라 3-2, 한 점 차 승리를 지켰다. 이날도 투수들을 소모해 전날 던진 송은범과 김원형밖에 남지 않은 에스케이는 채병용을 마지막 카드로 마운드에 올렸다.

지난해까지 무명에 가까웠던 박정권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3홈런 8타점으로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박정권은 한국시리즈에서도 타율 0.393(28타수 11안타) 2홈런 9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7차전에도 선제 2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기아를 끝까지 괴롭혔다. 이 밖에도 한국시리즈 7차전 중 6경기 위기 상황마다 등판해 자신의 몫을 다한 이승호, 박경완의 공백을 훌륭히 메운 포수 정상호도 에스케이의 힘이 됐다.

김성근 감독은 7차전 경기 뒤 “팀 사정을 고려할 때 우승보다 값진 인간 드라마였다”며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악착같이 해주면서 에스케이 야구가 뭔지를 보여줬다”고 선수들의 투혼을 높이 샀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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