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케이 불펜 핵심 투수
규정이닝 채워 자책점 1위
“마운드 서면 피로 사라져”
규정이닝 채워 자책점 1위
“마운드 서면 피로 사라져”
김성근 에스케이(SK) 감독의 계투 작전은 절묘하기로 소문나 있다. 선발투수가 조금만 삐끗하면 곧바로 불펜이 투입된다. 에스케이 ‘벌떼 마운드’ 중에서도 핵심은 7년차 좌완 정우람(26·사진)이다.
정우람은 올 시즌 에스케이가 치른 55경기 가운데 60%에 해당하는 33경기에 투입돼 55이닝을 던졌다. 성적은 4승5세이브, 10홀드. 매일 불펜에서 몸을 풀며 대기해야 하는 중간계투 요원이 선발투수와 비슷한 이닝을 던지면서도 빼어난 성적을 남긴 것이다. 특히 12일 두산과의 잠실 경기에서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면서 규정이닝(경기당 1이닝)을 채우고 평균자책점(0.98) 1위로 뛰어올랐다. 1점대 평균자책점도 없는 상황에서 0점대 평균자책점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우람은 2004년 데뷔 이후 지금까지 선발 등판 한 번 없이 줄곧 중간계투로만 나서고 있다. 그러면서도 443이닝을 던져 28승12패 14세이브, 102홀드와 평균자책점 2.85의 빼어난 기록을 남겼다. 2008년에는 9승2패5세이브와 25홀드를 올리며 팀이 정상에 오르는 데 크게 기여했고, 2010년에도 102이닝을 소화하며 8승4패2세이브와 18홀드로 역시 팀이 우승하는 데 큰 몫을 해냈다.
정우람의 호투는 최근 에스케이가 위기에 빠졌을 때 더욱 빛났다. 개막 후 지금까지 한번도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에스케이는 지난주 큰 위기를 맞았다. 엘지(LG)와 기아(KIA)에게 승차 없이 승률에서 간신히 앞서는 등 턱밑까지 추격을 당했다. 타선은 깊은 침묵에 빠져 있었고, 선발투수도 불안했다.
하지만 정우람만은 달랐다. 5월에 23경기 중 16경기, 6월에 11경기 중 6경기에서 마운드에 서며 팀의 승리를 지켰다. 특히 올 시즌 한층 업그레이드된 체인지업을 장착하며 지난해 자신의 기록을 넘어설 태세다.
정우람은 “피곤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마운드에 서면 피로를 잊는다”며 “불펜에서 몸이 빨리 풀리는 편이라 중간계투가 적성에 맞는다”고 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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