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치열하다. 현기증이 날 정도다. 매 경기가 숨가쁘게 흘러가는 게 몇년 만이던가.
주변 사람들이 묻는다. “삼성, 기아가 못해서 박빙의 싸움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고. 지난해 정규리그, 한국시리즈, 아시아시리즈 3관왕(삼성)과 ‘국보급 투수’였던 선동열 감독의 영입 효과(KIA)로 기대치가 높았으니 실망도 큰 듯하다. 하지만 삼성, 기아는 딱 작년만큼 하고 있다. 객관적인 기록이 증명한다.
1년 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삼성은 2011시즌 초반 29경기를 치르면서 15승14패의 성적을 거뒀다. 2012시즌 삼성의 29경기 성적은 14승14패1무. 단지 1승이 1무로 바뀌었을 뿐이다. “작년보다 못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한때 중간 순위가 7위로 곤두박질쳤을 때 류중일 삼성 감독이 “팀 전력이 그대로니까 괜찮아질 것”이라고 여유를 부린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은 지난 주 4승1패1무의 성적을 올리는 등 상승세에 있다. 올라갈 팀은 언젠가 치고올라간다.
기아도 마찬가지다. 기아는 올해 27경기 11승14패2무의 성적으로 하위권에 쳐져 있다. ‘전설’을 사령탑으로 맞은 타이거즈팬들에게는 다소 짜증나는 성적이다. 하지만 4강에 진출했던 지난 시즌 초반 27경기 성적도 12승15패였다. 작년 1승1패가 올해 2무로 바뀌었을 뿐 승률 5할에서 모자란 승수는 똑같이 ‘3승’이다. 이범호, 김상현, 양현종, 한기주 등의 부상으로 팀 타율(0.270→0.242), 팀 평균자책(4.39→4.54)이 작년보다 못한 데도 비슷한 성적을 내는 것은 오히려 칭찬할 일이다.
총 114경기를 기준으로 작년과 비교해 굳이 ‘못하는 팀’을 따지자면 에스케이(SK)다. 나머지 7개 구단은 거의 비슷하거나 더 나은 성적을 내고 있다. 꼴찌 한화도 작년에는 30경기를 치를 때까지 10승을 못 채우고 있었다. 에스케이는 작년 초반 27경기 20승7패(승률 0.741)를 거뒀지만 올해는 15승11패1무(승률 0.577)에 그치고 있다. 2012 프로야구가 ‘혼전’을 거듭하는 것은 삼성, 기아의 부진 때문이 아니라 ‘평범해진’ 에스케이 탓이 더 크다.
프로야구는 이제 전체 일정의 22% 정도를 소화했다. 내일의 프로야구 순위는 며느리도 모른다. 분명한 건, 감독들의 불면증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란 사실 아닐까.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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