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옆구리가 욱신거렸다. 7구째 파울볼을 치면서 통증은 심해졌다. 1-1로 맞선 1회말 2사 만루. 상대 선발 김선우의 거센 직구(140㎞)가 눈앞에 날아왔다. 홀린 듯 방망이를 휘둘렀다. 공은 경쾌한 소리를 내며 왼쪽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비거리 120m 만루홈런.
엘지(LG) 내야수 김태완이 드라마틱한 생애 첫 만루포로 존재감을 알렸다. 옆구리 근육통을 참아내고 때린 홈런이었다. 김태완은 10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7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장해 올 시즌 10번째이자 통산 594호 만루포를 날리며 팀의 14-4 승리에 밑돌을 놓았다. 엘지는 지난해 6월11일 이후 365일 만에 단독 2위로 올라섰다. 반면 두산은 올 시즌 처음 5할 승률 밑으로 떨어졌다.
올 시즌 타율 0.200에 장타율 0.240, 32타석에서 겨우 3득점한 ‘평범한’ 김태완의 짜릿한 도발이었다. 김태완은 1회 만루홈런을 친 뒤 2회초 수비에서 얼굴을 찡그린 채 서동욱과 교체됐다.
엘지 선발 벤자민 주키치는 시구를 한 아버지 마크 주키치가 지켜보는 가운데 6이닝 동안 8안타를 맞았지만 3실점으로 막고 8연승을 달렸다. 다승과 평균자책(2.23) 단독 선두를 질주했고 올 시즌 12번째 선발등판 가운데 11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엘지는 7회말 한 이닝 최다 2루타 타이 기록(5개) 등 7안타 3볼넷으로 대거 9득점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주키치는 “이번주에만 팀이 4승을 해 매우 기쁘다. 오늘은 타자들이 잘해줘 이길 수 있었다”고 했다.
한화는 11일 만에 선발등판한 박찬호의 호투를 발판 삼아 넥센을 8-1로 물리치고 뒤늦게 시즌 20승 고지에 올랐다. 박찬호는 5⅓이닝 동안 4피안타 1실점으로 5월17일 두산전 이후 24일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전두환 육사생도 사열…매카시즘 타고 5공 부활?
■ 민주 해찬체제 출범…문재인 대권행보 탄탄해지나
■ 아기가 운다 그 옆에 엄마가 운다
■ 여름철 입맛 없을 때 되레 살찌는 이유
■ 넥슨이 챙겨가는 266원, 과하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