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의 박병호
수평스윙으로 바꾼 뒤 펑펑
홈런 17개로 3위…1위에 2개차
홈런 17개로 3위…1위에 2개차
“왜 이렇게 홈런이 안 터질까.”
넥센 박병호(사진)는 최근 고민이 깊었다. 6월23일 목동 삼성전 이후 공이 담장을 넘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거포로서의 부담감이 컸다.
시름은 11일 문학 에스케이(SK)전에서 해소됐다. 18일 만에 걷어 올린 시즌 17호 대포. 박병호는 홈런 부문 단독 3위에 올라섰다. 홈런 1위인 팀 동료 강정호(19개)에 2개 차이로 다가섰다. 타점 1위(63점) 박병호는 홈런 1위도 호시탐탐 노린다.
박병호의 정상급 타격이 살아났다. 지난해 시즌 중반 엘지(LG)에서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뒤 붙박이 4번을 달고 훨훨 날고 있다. 트레이드 당시 네 시즌 타율이 겨우 0.187(657타수 123안타)이었지만 올 시즌엔 73경기에 출장해 타율 0.291, 장타율 0.582(3위)를 기록중이다.
2004년 성남고 시절 고교 타자로는 최초로 4연타석 홈런을 치면서 엘지에 1차 지명으로 입단했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못 하고 상무에 입대했다. 제대 뒤에도 주로 2군에서 보냈다. 가끔 1군에서 홈런을 치는 등 깜짝 활약했지만, 프로 7시즌 동안 한 번도 주전급 선수로 뛴 적이 없다. 지난 시즌까지 계속 ‘유망주’의 단계에 머물렀다.
트레이드가 전화위복이 됐다. 그는 “천운”이라고 표현했다. 매 경기 꾸준한 출전이 거포 본능을 깨웠다. 코칭스태프의 믿음 또한 부담을 덜어줬다. 김시진 감독은 지난 시즌 박병호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고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삼진을 먹어도 좋으니 풀스윙하라”고 주문했다.
마음이 안정되니 적시에 한 방을 때린다. 득점권 타율이 0.333이다. 박병호는 “예전에는 ‘내일 경기에 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면 이젠 ‘내일 나올 투수에 어떻게 대비할까’를 생각한다”고 했다. 타격자세를 바꾼 것도 효과를 봤다. 박병호는 박흥식 타격코치의 조언으로 어퍼스윙(아래서 위로 퍼올리는 타격)에서 레벨스윙(방망이를 수평으로 만드는 타격)으로 바꿨다.
박병호는 시즌 초 사용하던 미국산 방망이 10자루를 4일 다시 구했다. 그는 “이 배트를 사용하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했다. 그 배트로 얼마나 많은 공을 넘길까.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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