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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진 감독에 바친 강정호 ‘20-20’

등록 2012-09-19 20:13

 강정호(25·넥센)
강정호(25·넥센)
‘역시 강정호.’ 넥센 히어로즈 팬들은 엄지를 들어 올렸다.

강정호(25·넥센)는 18일 잠실 엘지(LG)전에서 통산 34번째 20홈런-20도루의 주인공이 됐다. 2009년 클락(히어로즈), 신명철, 강봉규(이상 삼성) 이후 3년 만의 대기록이다. 강정호는 “유격수로서 두번째 20-20클럽에 가입했다는 사실이 의미 있다”고 말했다. 강정호 이전에 유격수로 ‘20-20 클럽’에 가입했던 선수는 이종범(1996·1997년)뿐이었다.

단순히 기록 달성의 의미를 넘어선다. 팀을 일으킨 ‘열정 바이러스’로 작용했다. 김시진 감독이 갑작스럽게 해임된 다음날 치러진 경기라서 더그아웃은 ‘당연히’ 어수선했다. 장난기 많던 선수들은 웃지 않았고, 훈련에만 열중했다. 이미 포스트시즌 진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분위기에 휩쓸려 나락으로 떨어질지도 모를 위기의 순간. 강정호는 3번 지명타자로 자원 출장했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이겨야 한다는 의욕을 드러내며 결승 적시타와 도루를 2개나 성공해 1-0 승리의 수훈갑이 됐다.

14일 목동 두산전에서 허리를 다친 그를 김 전 감독은 선수 보호 차원에서 무리하게 출전시키지 않았다. 강정호는 “남은 경기에서 잘하는 게 (김시진) 감독님께 보답하는 길인 것 같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20홈런-20도루 기록은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이긴 반증이다. 시즌 전만 해도 어려워보였던 기록이다. ‘힘’은 있었지만 ‘빠르기’가 부족했기 때문. 2006년 프로에 입단한 이래 지난해까지 도루는 총 12개뿐이었다. 2009년에는 홈런을 23개나 쳤지만 도루는 3개에 그쳤다. 2010년은 홈런 12개, 도루 2개(83위), 2011년은 홈런 9개, 도루 4개(57위)였다.

올 시즌은 방망이만큼 발도 빨라졌다. 4월에 도루 2개를 성공한 그는 5월에만 9개를 추가했다. 6월 2개, 7월 2개, 8월 1개, 9월 4개로 매월 꾸준히 달렸다. 현재 도루 부문 12위. 강정호는 “염경엽 작전 주루코치가 도루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려주고 많은 것을 가르쳐줬다. 처음에는 투수들의 변화구 타이밍을 많이 알려줬는데, 점점 경기를 치르면서 투수들의 패턴을 알게 됐다. 내년에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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