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대표팀 감독이 28일 타이중 인터콘티넨털 구장에서 선수들에게 직접 펑고를 해주고 있다. 타이중/남지은 기자
“어, 왔어요?” 27일 대만 중서부 타이중 외곽의 더우류 구장. 류중일 세계야구클래식(WBC) 한국 대표팀 감독이 악수를 청한다. 손을 잡았더니 깔깔하다. 예전의 그 감촉이 아니다. 슬쩍 봐도 울퉁불퉁,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의 손이 참 험하다. “저 오랜만에 수비코치로 돌아간 것 같아요. 이 굳은살 좀 보세요. 그나마 이것도 많이 나은 거라니까. 하하.”
류중일 감독은 “수비가 뒷받침 안 되면 이길 수 없다. 수비를 강조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13일 훈련 첫날부터 직접 방망이를 들고 야수들을 상대로 펑고(야수가 수비 연습을 할 수 있게 방망이로 공을 쳐주는 일)를 했다. 한번 하면 어림잡아 40분씩 한다. 손바닥에 박힌 굳은살은 결과물이다. 선수들은 ‘지옥의 펑고’라고 부른다. 발이 빠르지 않으면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까다로운 펑고에 쩔쩔맨다. 정근우는 “훈련 첫날엔 죽는 줄 알았다”고 했다.
그나저나 이대호는 어디에 있지? 류중일 감독이 굳은살 박인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보니 긴가민가다. 류중일 감독의 혹독한 훈련 때문인지, 풍성한 모습은 없고 살이 6㎏이 빠져 ‘홀~쭉’해졌다. 선수들은 멀리서 보면 누가 누군지 모르게 하나같이 검게 그을려 있었다. 멋지게 빛나던 구릿빛 피부가 아니다. 그냥 검게 탔다. 살도 빠졌다. 이진영은 “양악 수술하고, 돌려 깎기(턱, 광대 등 얼굴 전체를 동그랗게 깎는 수술) 좀 했다”며 농을 쳤지만, 보름간의 대만 맹훈련이 마른 얼굴에 드러나 있다. 머리카락을 짧게 자른 데다 살까지 빠져 지쳐 보이던 김태균은 “훈련이 너무 힘들어서 살이 빠졌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노경은은 “팀 스프링캠프에 이은 대표팀 훈련까지 겨우내 이어진 훈련으로 몸무게가 많이 줄어 다시 찌우는 중”이라고 했다.
굳은살이 박이고 ‘꿀광’ 피부는 잃었어도 아무나 대표선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표팀은 26일 타이중에 있는 선수단 호텔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메이저리거급 대우를 받고 있다. 세계야구클래식 조직위원회는 26일 공식일정부터 경호원 2명을 한국 대표팀에 배치했다. 27일 류중일 감독이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거구의 경호원이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봤다. 26일부터는 참가 선수들에게 메이저리거들이 시즌 때 받는 액수와 같은 하루 100달러의 식비(밀 머니)가 지급된다. 그러나 한국야구위원회에서 한국 대표팀에 식사 등을 제공하면서 이 돈은 고스란히 선수들의 용돈이 됐다. 결승까지 간다면 ‘밀 머니’ 모으는 재미도 쏠쏠하지 않을까. 타이중/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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