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첫 경기에서 네덜란드에 5-0 패배
“최악의 경기를 보여 드려 국민께 죄송하다.”
2일 세계야구클래식(WBC) 1라운드 B조 첫 경기에서 완패를 당한 한국 대표팀 류중일 감독은 표정이 어두웠다. 애써 엷은 미소를 지었지만, 웃고 있어도 웃는 게 아니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5일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털 구장에서 네덜란드에 5-0 완패를 당했다. 경기 전 “3전 전승으로 2라운드에 진출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데다가 ‘거포 3인방’ 이승엽, 김태균, 이대호가 처음으로 함께 국가대표로 뛰면서 어느 때보다 주목받았다. 네덜란드를 상대로 1점도 뽑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지면서 ‘타이중 대참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네덜란드의 정교한 야구에 발목이 잡혔다. 공수 모두 흔들렸다. 안타가 4개에 그치는 등 타선이 살아나지 않았고, 수비 실책도 4개나 범했다. 1회말부터 유격수 강정호의 송구 실책으로 상대 선두타자 안드렐톤 시몬스가 2루까지 진루했다. 후속타자 로저 베르나디나의 2루 땅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정근우의 송구가 좋지 못해 1루수 이대호의 발이 베이스에서 떨어지며 1사 1,3루 위기를 맞았다.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초반부터 나온 실책에 집중력이 흔들린 듯 2회 첫 실점했다. 첫 안타가 3회 초에 나오는 등 공격 물꼬도 더뎠다. 4회초 원아웃 주자 1,2루 상황에서 터진 이대호의 시원한 타구가 바람 등의 영향으로 펜스 앞에서 아웃되는 등 운도 없었다.
믿었던 마운드도 무너졌다. 선발 윤석민은 4⅓이닝 동안 58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1볼넷 2탈삼진으로 잘 던졌지만 2회말 선두타자 앤드류 존스에게 선취점을 내주는 등 2실점 했다. 3회를 제외하면 매이닝 주자를 내보냈다. 국제대회에서 중간계투나 구원으로 등판해 5승1패로 활약한 그는 첫 선발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패전 투수가 됐다. 0-1로 뒤진 5회말 1사1루 상황에 구원등판한 노경은도 안드렐톤 시몬스에게 좌전 안타를 맞는 등 만루 위기를 자초하며 추가 실점을 내줬다. 볼배합과 제구가 잘 안됐다.
류중일 감독은 “수비도 그랬고, 두 번째 투수로 컨디션이 좋은 노경은을 내보냈는데 좋지않은 투구를 하는 등 전체적으로 모든 것이 안됐다. 안타가 4개 밖에 나오지 않았고 초반에는 잘 맞은 타구가 모두 야수 정면으로 가는 등 경기가 정말 풀리지 않았다. 7회 한 번의 찬스가 있었는데 그 실마리를 풀지 못한 것이 패인”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네덜란드와의 역대 전적에서 3승7패로 열세를 이어갔다. 2009 야구월드컵 예선에서 2-4로 진 이후 4연패를 기록 중이다. 네덜란드 대표팀 헨즐리 묄런스 감독은 “세계 최고의 팀중 하나를 꺾었다”며 기뻐했다. 헨즐리 감독은 “(2000년 에스케이(SK)에서 뛰면서) 한국 야구를 경험한 것이 한국 스타일 분석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은 조 1·2위까지 오르는 2라운에 진출하려면 4일 호주, 5일 대만을 모두 이겨야 한다. 류중일 감독은 “내일 하루 훈련하면서 팀을 재정비해서 남은 호주전과 대만전에는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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