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강정호(26)
‘거포 준족’ 넥센 강정호 인터뷰
“팽팽한 경기 때 집중 더 잘돼
위기상황 즐기는 편인가 봐요”
“팽팽한 경기 때 집중 더 잘돼
위기상황 즐기는 편인가 봐요”
올 시즌 ‘복병’ 넥센엔 강타자가 많다. 1번부터 9번까지 빈틈이 없다. 그 가운데 떡하니 중심을 잡아주는 5번 타자가 국내 최고의 공격형 유격수 강정호(26)다. 1m83, 82㎏의 탄탄한 체격으로 지난해 홈런 25개, 도루 21개를 해낸 거포형 준족이다. 지난주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기아와의 경기에서 4번 박병호가 연타석 3점홈런을 쳤을 때, 일부 전문가들은 “5번 강정호의 존재감”을 언급했다. 강정호 피하려다 된통 당했다는 뜻이다.
최근 만난 강정호는 “위기 상황을 즐긴다”고 했다. “후반 팽팽한 경기에서 집중이 더 잘된다. 동점 상황에서 역전 안타나 역전 홈런을 쳤을 때 느끼는 희열이 야구 하는 이유다.” 직접 끝내고 싶다고 말하는 대목에선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승부욕이 엿보인다. “영웅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나 보다.(웃음)” 하긴 3월 세계야구클래식(WBC) 대만전 투런 결승포나, 지난달 12일 삼성전 8회말 결승 3점포, 16일 롯데전 6회 추격의 2점포는 근성의 단면이다. 세계야구클래식 해설을 맡았던 박찬호는 “강정호는 미래의 이승엽이 될 수 있는 선수”라고 높이 평가했다.
7일 현재 25경기 13타점, 3홈런, 타율 0.289. 연봉 3억원으로 팀내 3위 고액 선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전혀 조급해하지 않는다. “나는 슬로 스타터다. 조용히 실력으로 보여주면 된다. 큰 목표를 잡기보단 한 타석 한 타석 잘해내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 “홈런보다는 중요한 기회에 타점을 많이 올리고 싶다.” 덤덤한 말투처럼 그의 야구 정신(멘털)은 감정의 기복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홈런을 쳐도, 결승타를 쳐도 무표정하다. “집중하려고 운동장에선 웃지 않는다. 감정을 잘 안 드러내는 성격이기도 하고.”
광주제일고 때 투수부터 포수까지 모든 포지션을 소화해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2006년 현대 입단 첫해 2군에 내려가 혹독한 암흑기를 겪었다. “일찍 맞은 매가 약이 됐다. 2년간 2군에 있으면서 방황을 많이 했다. 힘들 때마다 그때를 떠올리며 다신 안 돌아가려고 이 악물고 더 열심히 한다.” 프로 7년차는 기량을 위해서 성질마저 죽였다. “다혈질이라 야구 하면서 욱할 때도 많았는데 지금은 고쳤다. 해가 갈수록 몸 관리에 더 많이 신경을 쓴다. 초등학교 때부터 탄 스키도 부상당할까봐 이젠 안 탄다.”
조심스런 그가 올 시즌 목표를 말했다. “올해는 꼭 4강에 진출하고 싶다.” 가능성은 있다. 신임 사령탑인 지장 염경엽 감독 아래 상·하위 타선 구분 없이 선수들이 똘똘 뭉쳤다. 선두권 싸움에서도 강단을 보여주고 있다. 강정호는 “선수들이 스스로 게임메이커가 된 것처럼 즐기면서 경기하는 게 상승세의 비결이다. 선수층이 얇은 게 단점이어서, 후반기 체력을 얼마만큼 유지하느냐가 4강 진출의 관건”이라고 했다.
2008년부터 꾸준히 2할대 후반~3할대 타율을 기록했고, 지난해 타율 0.314, 82타점은 짐이다. 그는 “작년보다 더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훈련을 하면 걱정은 사라진다”며 인터뷰 내내 방망이를 부여잡았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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