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349번째 홈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넓은 그라운드를 뛰는 내내 만감이 교차하는 듯 표정이 묘했다. 남들에겐 그저 ‘오늘의 결정타’인 이 한방이 그에겐 미루고 미뤄왔던 감격의 ‘보답포’였다. 한화의 추승우(34)가 2일 대전 한밭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엔씨(NC)와의 경기에서 3점 홈런으로 팀의 연패를 끊고 5-1 역전승을 이끌었다. 4회말 2사 상황에서 상대 선발 이태양의 135㎞짜리 직구를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개인통산 5호 홈런이자, 2010년 5월12일 엘지(LG)전 이후 3년20일(1117일) 만의 손맛.
이 한방으로 묵은 짐을 덜었다. 2002년 엘지에 입단한 추승우는 2008년 시즌 뒤 성적 부진 등의 이유로 방출됐다. 오갈 데 없던 그를 받아준 곳이 당시 김인식 감독이 이끌던 한화였다. 그러나 2008년 이적 첫해 타율은 0.245에 그쳤고, 지난해는 타율이 0.173까지 떨어지는 등 마음고생이 심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타격폼을 바꾸는 등 절치부심했다고 한다. 추승우는 “팀의 연패를 내가 끊어 기쁘다. 부담을 털고 편하게 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화의 투수 데니 바티스타는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한 경기 최다 탈삼진 신기록(14개)을 세우며 호투했다. 8이닝 동안 공 137개를 던지며 4피안타(1홈런), 4볼넷, 1실점. 삼진 14개 중 13개가 헛스윙 삼진으로 구위가 좋았다. 8회 나성범을 상대로 14번째 삼진을 잡을 때는 직구 구속이 147㎞까지 찍혔다. 바티스타는 “땅볼을 유도하려고 낮은 공을 던졌는데 엔씨 타자들이 헛스윙을 많이 해 삼진을 많이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화는 4연패 뒤 1승을 챙기며 침체됐던 팀 분위기도 끌어올렸다.
이승엽은 대구 롯데전에서 통산 349호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한국 프로야구 최다 기록에 두 개를 남겨뒀다. 0-2로 뒤진 3회말 상대 선발 김수완의 124㎞짜리 포크를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3점포로 연결했다. 이날 홈런으로 개인통산 6번째로 2900루타도 돌파했다. 삼성은 5-3으로 연패 탈출하며 넥센과 공동 1위에 올라섰다. 엘지는 연장 접전 끝에 광주에서 기아(KIA)를 5-4로 꺾고 5연승을 달렸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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