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승패가 갈리는 프로야구 감독은 롤러코스터 인생이다. 화려해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스트레스를 달고 산다. 결과에 따라 영웅이 됐다가 하루아침에 역적으로도 몰린다. 감독 목숨이 파리 목숨이 된 요즘은 언제 잘릴지 모를 스트레스까지 더해졌다. 잠을 못 자고, 뒷목이 땅기는 건 기본. 속으로 삭이기만 했다간 그들의 입버릇처럼 “이러다 제명에 못 산다.” 9구단 감독들은 나름의 해소법으로 전쟁터 같은 오늘을 견디고 있다.
가장 재미있는 해소법은 염경엽 넥센 감독의 “쇼핑”이다. “술 마시자는 사람이 가장 싫다”고 농을 칠 정도로 술을 못 마시는 염 감독은 좋아하는 쇼핑으로 기분을 푼다. “맥주 한잔을 ‘원샷’하면 7시간 동안 토한다. 나오는 것도 없는데 계속 올라와서 대학 때는 탈진해 응급실에 실려간 적도 있다”는 그에겐 술 마시는 게 더 스트레스다. 쇼핑에도 규칙은 있다. 싸게 파는 할인매장에서 사고 싶은 걸 산다. “비싼 곳에 갔다간 스트레스만 더 받잖아요.”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세일 기간도 꿰뚫고 있다. 올 시즌엔 감독 첫해의 부담감 때문인지 “4월 중순 딱 한 번 속풀이성 쇼핑을 했다”고. 감독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선수들은 괴로운 법이지만, 의외의 수혜자는 있다. “선물하는 걸 좋아해 쇼핑 가면 딸 옷을 꼭 삽니다.”
김진욱 두산 감독의 해소법도 귀엽다. 김 감독은 ‘애니팡’ 같은 휴대폰 게임을 한다. “점수는 높지 않다”는 게 주변의 귀띔이지만, 신나게 한판 하는 순간만큼은 모든 걸 잊을 수 있다. 숙소에서 달달한 과자를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김 감독이 평소보다 살이 쪘다 싶으면 고민이 많다는 증거일까. 휴식엔 쉬는 게 최고. 이만수 에스케이(SK) 감독은 독서를 하며 몸과 마음을 추스른다. 시중에 나온 웬만한 에세이집은 다 읽었을 정도로 ‘에세이광’이다. 김경문 엔씨(NC) 감독은 명상을 하고, 김시진 롯데 감독은 잠이 너무 안 오면 텔레비전을 본다. 드라마, 야구 하이라이트 등 그때그때 마음 가는 곳으로 리모컨을 누른다고.
속풀이법으로 쇼핑까지 등장했지만, 프로야구 30년 동안 변치 않는 해소법은 역시 운동이다. 선동열 기아(KIA) 감독은 쉬는 날 근처 헬스클럽을 찾고, 김기태 엘지(LG) 감독은 야구장을 걷고, 김응용 한화 감독은 새벽 대전 숙소 근처의 산에 오르기로 유명하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골프를 좋아하지만, 시즌 중엔 짬 내기 어려워 가끔 지인들과 홍주를 마신다. 단, 조건은 있다. “야구와 관련 없는 사람들을 만나 야구 얘기는 절대 하지 않는 것.”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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