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규가 4할대에 육박하는 매서운 방망이와 분위기를 돋우는 ‘으쌰으쌰’ 세리머니로 엘지(LG)의 신바람 야구를 이끌고 있다. 엘지 트윈스 제공
10타석 연속 안타 신기록
불혹 나이에 타율 4할 육박
통산 1901안타…사이클링 히트도 “으샤으샤 세리머니 절로 나왔죠
올해는 시즌 후반도 문제없을것” 롱런 비결은 시즌중 자기관리
“눈 아끼려 스마트폰·독서 자제” 요즘, 이 남자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우리 나이로 마흔. 남들은 은퇴를 고민할 시기에 펄펄 난다. 10일 현재 42경기에서 22득점, 59안타, 39타점, 타율 0.388에 득점권 타율은 0.468. 5일 프로 데뷔 뒤 첫 사이클링 히트(한 경기 1·2·3루타, 홈런)를 하더니, 10연타석 안타로 최다 연속 안타 신기록까지 세우며 통산 1901안타를 기록했다. ‘적토마’의 질주가 무섭다. 이쯤 되면 우쭐할 법도 한데 최근 잠실야구장에서 <한겨레>와 만난 이병규(39)는 “찬스 상황에서 타석에 오른 경우가 많았을 뿐”이라고 덤덤하게 말한다. 주장의 책임감 때문일까. 그는 “선수들이 만든 기회에서 해결을 해줘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타석에 서면 꼭 치자는 생각으로 집중한다”고 했다. 사실 집중력을 비결로 들지만, 타격 기술력은 국내 최고로 따라올 타자가 없다. 배트 스피드와 손목 감는 힘이 엄청나고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도 콘택트(접촉) 능력이 뛰어나 안타를 만드니 상대 투수들은 숨이 막힌다. 팀 성적도 3위까지 올라 11년 만의 가을야구 기대가 높아지면서 엘지 특유의 유광점퍼도 동이 났다.
■ “즐기니까 되더라” 이병규 효과에 힘입은 엘지는 6월 한달 승률 0.762로 리그 최고를 기록했다. 5월 말부터 10연속 위닝시리즈(3연전 중 2승1패)를 달성했다. 이달 5~7일 넥센에 3연패를 당해 주춤했지만, 여전히 팀 평균자책점(3.75) 1위, 팀 타율(0.283) 2위로 투타에 큰 구멍은 없다. 돌풍의 비결을 묻자 이병규는 “죽도록 하는 것보다 즐기면서 하는 사람이 더 무섭다”고 했다. 뻔한 말 같지만 ‘모래알 조직’이라 불리기도 한 엘지에는 중요한 얘기다. “지금껏 잘하자, 열심히 하자고만 했지, 즐기면서 하자는 말은 안 했어요. 선수들이 세 시간 경기를 즐길 줄 아는 게 가장 큰 차이입니다.” 선배들이 모범을 보이니 후배들도 따른다. 마운드를 오르내리는 짧은 순간에도 ‘다음을 부탁한다’, ‘나만 믿으라’ 서로를 응원하는 등 “선수들간 믿음도 더 끈끈해졌다”고 한다. 큰 사건이 벌어지면 하락세를 탔던 엘지는 5월 ‘물 세리머니’ 파동 이후 곤혹을 겪은 뒤 더 똘똘 뭉쳐 상승세를 탔다.
■ 정교한 타격의 힘 이병규의 타격은 엘지 신바람 야구의 중심이다. 필요할 때면 안타든 홈런이든 가리지 않고 한방을 쳐준다. 부상으로 5월7일부터 투입돼 뒤늦게 출발했지만 타석에서의 위압감은 더 커졌다. 주자가 있을 때(0.354)나 없을 때(0.425)나 방망이는 잘도 돌고, 투아웃 위기의 상황에서 0.414로 특히 강하다. 5일 사이클링 히트 때는 흡사 ‘타격 머신’의 모습을 선보였다. 팀 분위기를 달구는 것도 그의 몫이다. 결정적인 플레이가 나올 때 양팔을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는 ‘으쌰으쌰’ 세리머니는 엘지의 상징이 됐다. “특별히 생각해서 한 게 아니라 그 순간 흥에 겨워 절로 나왔어요. 다들 창피하다고 해놓곤 따라하더라고요.(웃음) 나도 이렇게 즐기니까 후배들도 즐기면서 하라는 마음으로 해요.” 엘지의 여름은 늘 고비였다. 잘나가다가 무너진 기억이 많다. 그는 “올해는 큰 부상자도 없고 예비전력도 탄탄하다. 남은 전반기를 잘 마치고 올스타 휴식기(7월18~22일)에 체력 안배를 잘하면 시즌 후반도 문제없다”고 자신했다.
■ 꾸준한 자기관리 1997년 프로데뷔 뒤 일본 진출기를 뺀 한국 무대 통산 14시즌 통산 타율 0.314. 2003년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100경기 이상씩 소화했다. 자기관리가 빚은 힘 때문이다. 그는 야구를 시작하면서 정한 “나만의 원칙을 지켰다”고 했다. “눈을 피로하게 하지 말자. 쉴 때 확실히 쉬자. 몸에 나쁜 건 하지 말자.” 그래서 담배도 안 피우고 전화를 걸고 받는 것 외에는 휴대폰도 잘 만지지 않는다. “원정을 갈 때 보면 선수들이 인터넷을 하는 등 휴대폰을 만지작거리잖아요. 그게 눈에 정말 안 좋아요. 프로라면 스스로 자기를 보호해야죠.” 비시즌 때나 캠프 때는 틈틈이 책도 읽는다. “주로 리더가 되면 해야 할 행동 같은 내용의 책을 봐요. 최근 스승의 날에 김성근 감독님께 책 선물을 받았는데 시즌 중이라 눈이 피로할까 아직 다 읽지 못했어요.(웃음)”
“옛날보다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하는데 여전히 에너지는 강하다. 눈빛이 매섭다. 그런 그가 순해지는 순간은 “가정에서 남편으로, 아빠로 있을 때”다. “가족이 힐링이죠. 야구가 없는 날에는 아이들과 공원도 가고 함께 놀아요.” “아내에게 잡혀 사는” 영리한 남자기도 하다. “여자한테 왜 이기려고 해요. 집이 화목하려면 와이프가 항상 즐거워야 해요. 전 시키는 대로 해요.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고.(웃음)” 인터뷰 내내 진지하던 그가 가족 이야기를 하면서 가장 해맑게 웃는다. 10년간 엘지의 발목을 잡았던, 떨어질 팀은 떨어진다는 ‘디티디(DTD) 저주’가 이병규의 미소 앞에 녹아내릴 수 있을까.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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