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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심에 속앓는 프로야구…심판들 “우리도 괴로워”

등록 2013-07-16 19:33수정 2013-07-16 23:12

고충 많은 심판 환경

2군 800경기 경력 쌓고 1군행
5개조 25명이 모든 경기 소화
용변 참으며 3~5시간 초집중
탈의·샤워 공간도 제대로 없어

“지금은 운동장에 나가는 것도 힘들어요.” 인터뷰를 요청하자 한 프로야구 심판은 이 말부터 꺼냈다. “심판에 관한 어떤 얘기라도 비난만 쏟아질 뿐”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에 그간의 마음고생이 묻어난다.

2013 프로야구 전반기는 오심 논란으로 뜨거웠다. 명백한 아웃상황을 세이프라고 선언하고, 바뀐 야구 규칙을 착각해 감독이 설명해주는 사례도 있었다. 정확한 판정을 내려야 하는 심판의 실패다. 한 심판은 “한번 판정을 잘못하면 그날로 오심 심판으로 낙인을 찍는다”고 억울해한다. 하지만 심판의 숙명이다.

프로야구 관계자는 “오심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심판 징계로 봉합해버린다. 이젠 오심을 줄이려는 협회 차원의 고민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심판도 사람이고, 미묘한 순간 실수의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오심 확률을 줄이기 위해서 머리를 짜내야 한다는 얘기다.

■ 심판은 중노동, “기저귀 차고 서기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등록된 프로야구 1군 심판은 25명. 5명씩 5개조를 이뤄 1군 경기를 책임진다. 4명이 그라운드에 들어가고, 한명은 대기심으로 심판실에서 화면으로 판정을 점검한다. 하루 4경기씩이니 1개조는 쉬어야 하지만, 돌아가며 2주씩 2군 경기로 파견한다.

경기가 없는 월요일을 제외하면 늘 긴장상태다. 경기장에선 짧게는 3시간, 연장까지 가면 5시간을 집중하고 서 있어야 한다. 선수들은 더그아웃에서 쉬거나, 아프면 대타라도 내보낸다. 심판들은 어림없다. 뼈가 부러지지 않는 이상 교체되지 않는다. 찰나의 순간을 놓칠세라 눈을 자주 깜빡여서도 안 되고 귀도 열어둬야 한다. 그러니 “정신력과 체력이 엄청 필요한 직업”이라고 한다. 한 심판은 “눈으로 베이스를 보면 귀로는 공 소리를 들어야 한다. 소리만 듣고도 공이 글러브에 어떻게 들어가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부상 위험도 달고 산다. 주심은 낭심보호대까지 차지만 시속 140㎞대로 날아오는 공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맨살 그대로 드러내는 팔꿈치 이하는 한번 맞으면 멍이 일주일씩 간다. 공에 맞아 쇄골이 부러지거나 골반이 틀어진 경우도 있다. 주심의 장비만 3㎏. 땀이 비 오듯 쏟아지지만 5회 클리닝 타임 4분을 제외하면 숨 돌릴 틈도 없다. 화장실 다녀오기도 바쁘다. 그 순간을 놓쳐 “그라운드에서 실례를 한 심판”, “설사가 나는 날 기저귀를 차고 그라운드에 선 심판”도 있었다.

■ 화려한 외양, 열악한 처우 마스크 끼고 멋진 동작으로 공 판정을 하는 심판의 외형과 달리 내실은 열악하다. 프로 정식 심판이 등장한 1987년 월급은 30만원. “대기업 월급이 100만원이던 시기”다. 현재는 초봉 2400만원, 11년차가 되면 4500만원 정도를 받는다. 1군 심판이 되려면 2군에서 800경기 이상, 약 8~10년을 소화해야 한다. 경기 당일에는 3시간 전에 나와 라인업 등을 살피고, 전날 선발투수가 발표되면 구질 등 특징도 공부해야 한다. 신인이 등장하면 경기를 반복해 보며 특성을 파악해둔다. 이런 투자비용이나 숙련도에 비해 경제적 처우는 높지 않다. 미디어가 발달한 요즘엔 판정이 확대되어 느린 화면으로 반복돼, “화면에 어떻게 나왔을까” 두려울 정도로 압박감을 느낀다.

경기장에서도 변방이다. 몸을 풀 공간이 없어 집 근처 헬스장에서 몸을 예열하고, 라커룸 복도에서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샤워실이 없는 경기장도 있어 끈적한 몸을 이끌고 숙소에 가서 씻을 때도 있다. 좁은 공간에서 탈의를 해야 하고, 피로한 눈을 달래기 위해 미리 냉동실에 얼려 둔 캔커피로 마사지를 했다. 한 심판은 “오랜 경험 끝에 나온 노하우”라고 했다.

오심 줄이는 대안은

2군강등·연봉삭감 등 제재 한계
“비디오 판독 확대” 목소리 커져
축구도 골 판독 장비 도입 추세
1군 테스트·비야구인 육성 제안도

■ 공정한 판정을 위한 노력 그렇다고 오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심판들 스스로 오심을 줄이려는 노력도 한다. 한 심판은 “선수들처럼 1년 스케줄을 미리 짜는데, 구단에 통보하지 않고, 고향, 학교까지 고려하는 등 특정팀에 치우지지 않게 균형을 맞춘다”고 했다. 한 조가 한 경기장에서 3연전 이상 머물 수도 없다. 자칫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심판실은 3년 전부터 경기가 끝난 뒤 자체 판독으로 고과평점을 매겨 점수가 낮으면 연봉 삭감 등 제재를 주고 있다. 심하면 재계약도 하지 않는다. 최근 오심 논란으로 항목이 더 세분화되고 강화됐다.

■ 새로운 제도적 보완 장치는? 현재 프로야구에서는 홈런과 파울성 타구에 대해 비디오 판독을 허가한다. 한 프로야구 관계자는 “7회 이후 2점차 이하 승부에서만 판독을 요청하는 식으로 기준을 정해 확대도입해볼 필요는 있다”고 했다. 축구도 브라질 월드컵부터 골 판독 장비를 도입할 예정이다. 테니스에서 비디오 판독 여부는 하나의 볼거리가 됐다. 야구 선수 출신으로 구성된 심판 양성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선수 출신이어서 이래저래 연줄이 닿을 수 있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선수 출신 아닌 심판이 많다.

그러나 둘 다 완벽한 해법은 아니다. 비디오 판독 확대의 경우 경기 시간이 늘어지거나 맥이 끊길 수 있다. 경기당 1번씩의 비디오 판독을 허용하는 프로배구에서는 엉뚱하게 상대의 흐름을 끊기 위해 악용되기도 한다. 심판직 개방도 한계가 있다. 심판들은 “10년 전에 비야구인에게도 기회를 준 적은 있지만 성공적이진 않았다. 지금도 실력만 되면 뽑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신 “2군에 올라올 때 800경기 이상을 소화하더라도 엄격한 테스트를 따로 치르는 방법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메이저리그 방식이다. 매년 끊임없이 테스트를 실시하며 실력을 점검하는 등 자체적인 교육 강화도 해법으로 꼽힌다.

송재우 메이저리그 전문 해설위원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판정의 순간을 반복해 보여주고 심판의 얼굴도 화면으로 담는다”며 “그러나 심판에게 항의를 하면 즉각 퇴장을 시켜버리기도 한다. 그건 심판의 고유 권한을 인정해주는 오랜 역사와 문화에서 나온다”고 했다. 신의 영역도 아니지만, 인간의 한계가 있는 판정에서는 관전자가 야구문화를 만드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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