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의 권용관
38살 LG 권용관, 최근 경기 맹타
수비에 비해 약했던 타격 좋아져
“후배들 지칠 때 팀에 보탬 되고파”
수비에 비해 약했던 타격 좋아져
“후배들 지칠 때 팀에 보탬 되고파”
“당연히 우승합니다.” 늘 자신한다. 재차 물어도 “올 시즌 엘지(LG)는 정말 강하다”고 말한다. 넌 최고야, 잘할 수 있어라고 선수들을 다독이며, 물을 건네고 땀을 닦아주는 그만의 방식으로 분위기를 돋운다. 우리 나이로 38살. 프로 18년차 백업요원인 엘지의 권용관은 그렇게 그라운드 밖에서 도우미를 자처했다. 2군에 있을 때는 나서서 배트를 주워오기도 했다. “후배들이 힘들 때 그들을 돕고 싶었다”고 말하지만, 자존심이 상한 적도 많았을 것이다.
그런 그가 올 시즌 그라운드 안에서도 알토란 같은 구실을 하고 있다. 5월18일 2군 감독의 추천으로 1군에 오른 이후다. 13일 현재 43경기 79타석 11득점 4홈런 17안타 10타점 타율 0.246. 수치로 보면 특별할 것도 없지만 11년 만의 포스트 시즌 진출을 노리는 엘지의 희망 드라마에서 권용관의 명품 조연 연기를 빼놓을 수 없다. 나올 때마다 결정적인 한방으로 승리를 이끈다. 13일 삼성전 쐐기 3점 홈런을 포함해 6타수 3안타 3타점 등이 그렇다.
권용관은 오늘의 관심이 믿기지 않는다고 한다. 그럴 만도 하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성남고 졸업 뒤 1995년 엘지에 입단해 ‘미래의 엘지 유격수’로 불릴 정도로 수비를 평가받았다. 그러나 당시 엘지의 대표 유격수 유지현에 막혀 주로 백업 내야수로 활약했다. 1루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 수비가 가능하고 작전수행능력이 좋지만, 통산 타율은 0.228로 떨어지는 편이다. 2할5푼을 넘은 적이 없다. 엘지와 에스케이에서 16시즌을 뛴 베테랑인데 5시즌을 제외하면 한 시즌 100경기 이상에 출장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선수생명을 유지해온 데는 엄격한 자기관리와 노력이 숨어 있다. 1998년 현역으로 입대해서는 곡괭이 자루로 스윙 연습을 하며 희망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2010년 에스케이로 트레이드돼 3년을 보냈고, 주전 경쟁에서 밀려 지난해 방출된 뒤에도 “기회는 올 것”이라며 자신을 채찍질해왔다. 결국 다시 엘지의 부름을 받았다. 그의 성실함을 아는 엘지는 연봉 5500만원에 계약을 맺고 지난겨울 백업선수로 영입했다. 2군에서도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그 노력이 지금 해결사로 결실을 맺고 있다.
김기태 엘지 감독은 요즘 “모든 선수들이 주전처럼 다 잘해주니 고마울 뿐”이라고 한다. 경기마다 새로운 영웅이 탄생한다. 수비력 기본에다 공격력까지 빛나는 권용관도 그중 하나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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