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애리조나전 져 14승 실패
1회 1·2·3번에 안타 허용 아쉬워
“초반 전력투구 위한 체력 키워야”
1회 1·2·3번에 안타 허용 아쉬워
“초반 전력투구 위한 체력 키워야”
엘에이 다저스 류현진(26)의 1회 평균자책은 시즌 평균보다 1점 이상 높다. 모든 투수에게 1회는 어렵다. 어깨가 충분히 달아오르지 않았고, 마운드와 경기장 분위기에 적응하고 제구력을 가다듬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회 징크스를 깨뜨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경기 전 몸을 충분히 풀고 연습투구 수를 늘리면 된다. 타자는 선발투수의 구질과 구속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어깨를 덥힌 투수가 1회부터 100퍼센트에 가까운 힘으로 빠른 공을 뿌리면 치기 힘들다. 문제는 선발투수는 한두 이닝으로 승부를 보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최대한 긴 이닝을 소화해주는 게 제1의 덕목이다. 세게 던질 수도 없고, 약하게 던질 수도 없는 딜레마 사이에 있다.
류현진이 12일(한국시각) 안방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서 6회까지 3실점해 패전투수가 됐다. 팀은 1-4 패. 12일 만에 등판한 류현진은 13승6패를 기록했다. 10피안타에 평균자책은 3.07.
류현진은 1회초 시작과 함께 3연속 안타를 맞으며 2실점했다. 류현진과 이전 3번의 맞대결에서 팀타율 0.348의 맹타를 휘둘렀던 애리조나 타선은 2스트라이크 이후에도 경쾌하게 방망이를 돌렸다. 1회초 3개의 안타 모두 2스트라이크 이후에 나왔다. 2스트라이크 이후 던진 변화구의 제구력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2회초 1사 3루에서 상대 8번 타자 터피 고스위시에게 좌익선상 2루타로 추가 1실점한 장면도 뼈아팠다. 30살 늦깎이로 지난달 메이저리그를 밟은 고스위시의 빅리그 첫 장타이자 2루타였다. 류현진은 3회초 세 타자를 모두 땅볼로 잡았고, 4~6회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지만 내야수의 호수비와 병살타 유도로 위기를 넘겼다.
다저스 타선은 상대 선발 패트릭 코빈에게서 6회까지 안타 7개를 치고도 점수를 뽑지 못했다. 7회 야시엘 푸이그의 홈런으로 1점을 따라잡는 데 그쳤다. 다저스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 ‘매직넘버 6’은 줄어들지 않았다.
류현진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몸 상태는 괜찮았고 12일 쉰 것도 나쁘지 않았다. 못 던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애리조나 타자들이 잘 노려서 친 것 같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이어 “점수를 많이 주지 않은 건 위안거리다. 포스트시즌 선발 자리 경쟁에 대해선 신경쓰지 않고 있다. 어떤 역할을 맡든 팀이 원하는 자리에서 뛸 생각”이라고 말했다.
류현진은 경기 초반 집중타를 맞는 약점을 해결해야 할 과제를 떠안았다. 1회만 보면 평균자책은 4.67(시즌 3.07), 피안타율은 0.301(시즌 0.257)로 팀내 경쟁자들보다 편차가 크다. 다저스 1선발 클레이턴 커쇼의 1회 평균자책은 2.10(시즌 1.92), 피안타율은 0.222(시즌 0.194)다. 리키 놀라스코 역시 1회 평균자책 2.25(시즌 2.07), 피안타율 0.233(시즌 0.213)으로 큰 차이가 없다.
송재우 <엠비시(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13승째를 거뒀던 샌디에이고전에서 보듯 류현진도 1회초를 실점 없이 넘기는 법을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긴 이닝을 소화하기 위해선 체력 안배도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1회초에 전력투구를 하는 게 쉽지 않다. 결국 경기 초반부터 강한 공을 뿌릴 수 있는 체력을 키우는 것이 류현진에게 안겨진 숙제”라고 말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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