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출신 야쿠르트 4번타자
한신전서 56·57호 연타석 맹타
왕정치 등 보유 일본기록 깨고
이승엽마저 넘어 홈런사 새로 써
한신전서 56·57호 연타석 맹타
왕정치 등 보유 일본기록 깨고
이승엽마저 넘어 홈런사 새로 써
아시아 시즌 최다 홈런 기록과 일본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이 동시에 깨졌다. 네덜란드 출신 블라디미르 발렌틴(29·야쿠르트 스왈로스)이 일본 투수들의 견제를 이겨내고 아시아 야구 역사를 새로 썼다.
발렌틴은 15일 일본 도쿄 메이지진구구장에서 열린 한신 타이거스와의 안방경기에 4번 타자로 나서 1-0으로 앞서던 1회말 1사 2루에서 상대 투수 에노키다 다이키의 바깥쪽 빠른 공을 잡아당겨 왼쪽 관중석에 꽂히는 120m짜리 홈런을 터뜨렸다. 이 홈런으로 시즌 56호째를 기록해 발렌틴은 오 사다하루(왕정치·1964년). 터피 로즈(2001년), 알렉스 카브레라(2002년) 등 3명이 보유한 일본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55호)을 넘어섰다.
대기록의 여운이 가시기 전 더 큰 역사가 쓰여졌다. 3-0으로 앞선 3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발렌틴은 에노키다의 몸쪽 슬라이더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살짝 넘기는 연타석 홈런을 터뜨렸다. 57호 홈런을 기록한 발렌틴은 이승엽(삼성)이 2003년 세웠던 아시아 시즌 최다 홈런(56개) 기록을 깨고 새로운 주인공이 됐다.
발렌틴은 2003년 미국 프로야구 마이너리그에 데뷔한 뒤 2007년부터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 신시내티 등을 거쳐 2011년부터 야쿠르트에서 뛰었다. 메이저리그 통산 110경기에 나가 타율 0.221, 15홈런으로 눈에 띄는 기록을 남기지 못했으나, 일본 진출 뒤 코치들로부터 선구안과 정교함을 습득하면서 홈런 개수를 늘렸다. 2011년과 지난해 두해 연속 31개 홈런을 때려 센트럴리그 홈런왕을 차지했고, 올해는 8월 한달에만 18개 홈런을 터뜨렸다.
발렌틴의 최다 홈런 신기록은 일본 투수들의 강한 견제 속에 나온 기록이라 더 값어치가 크다. 이날 홈런도 전날 발렌틴에게 고의 4구에 가까운 볼넷을 내줘 팬들의 야유를 받은 한신 투수들의 정면승부 덕에 가능한 일이었다. 발렌틴을 상대하는 투수들은 일본 야구의 전설인 오 사다하루의 기록을 지키기 위해 철저히 피해가는 승부를 펼쳤다. 노무라 가쓰야 전 라쿠텐 감독은 최근 “왕정치의 기록이 메이저리그에서 방출된 선수에 의해 깨져서는 안 된다. 일본의 수치”라고 말한 바 있다.
올 시즌 2.04경기당 1개의 홈런을 때린 발렌틴의 현재 추세라면 60홈런 이상도 가능하다. 18경기가 남은 야쿠르트는 리그 최하위라 발렌틴이 팀 승리에 연연할 필요 없이 장타 위주의 타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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