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퍼트 구원 등판…4차전서 넥센에 2-1 역전승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은 14일 목동구장서 확정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은 14일 목동구장서 확정
김진욱 두산 감독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모자를 벗었다. 그리고는 두산 응원석을 향해 허리 숙여 두번 인사를 했다. 1·2차전을 연거푸 내줬지만 끝까지 믿고 기다려준 데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다. 김 감독은 “반드시 이겨서 보답하겠다”고 각오했다.
2연패 뒤 1승을 챙기며 벼랑 끝에서 탈출한 두산이 결국 준플레이오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두산은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넥센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2연패 뒤 2연승. 최재훈이 역전포를 쏘아 올렸고, 8회 깜짝 등판한 더스틴 니퍼트가 잘 지켰다. 두산은 2010년 준플레이오프에서도 롯데에 2연패 뒤 3연승 하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5차전은 14일 오후 6시 목동구장에서 열린다.
두산은 초반에 안 풀렸다. 1회초 선발 투수 이재우가 흔들리며 넥센에 선취점을 내줬다. 선두 타자 서건창이 좌전 안타로 출루한 뒤 도루했고, 문우람의 보내기 번트와 이택근의 적시타 때 차례로 3루와 홈을 밟았다. 두산은 1회말 2사 뒤 세타자 연속 볼넷으로 잡은 만루 기회도 이원석의 타구가 하필 2루 주자에게 맞아 스스로 놓쳤다. 2회와 3회는 주자를 득점권에 내보내고도 후속타가 터지지 않았다. “한방이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판세를 뒤집은 건 뜻밖에도 수비형 포수 최재훈이었다. 최재훈은 0-1로 뒤진 6회말 넥센의 두번째 투수 앤디 밴 헤켄을 상대로 역전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시속 142㎞짜리 높은 직구를 잡아당겨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통산 홈런 3개뿐인 홈런이 가장 결정적일 때 터졌다. 전날 넥센의 도루를 세번이나 저지하며 승리를 도운 그는 이날은 타격에서 힘을 실어줬다. 최재훈은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때는 벤치에 앉아서 보기만 했다. 올해는 경기에 나서 너무 긴장됐다. 경기 전에 가슴을 주먹으로 치곤 했는데 갈수록 자신감이 생긴다”며 웃었다. 오재원도 6회 안타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는 등 4타수 3안타 1득점으로 승리를 도왔다.
“4차전에 승부를 건다”던 두 팀 감독은 이날 앤디 밴 헤켄(넥센)과 더스틴 니퍼트(두산)를 불펜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희비는 엇갈렸다. 시작은 넥센이었다. 염경엽 감독은 선발 문성현이 1회에만 28개의 공을 던지는 등 무너지자 3회 무사 1루에서 2차전 선발 밴 헤켄을 투입했다. 밴 헤켄은 사흘 만에 등판하고도 5회까지 두산 타선을 무실점으로 잘 막았지만, 6회 최재훈에 홈런을 허용한 게 뼈아팠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선발 이재우가 5⅔이닝 5피안타 1실점으로 제 몫을 다 한 뒤, 6회 데릭 핸킨스(1⅓이닝 2피안타 무실점)에 이어, 8회 더스틴 니퍼트를 마운드에 올렸다. 니퍼트는 2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포스트시즌 첫 세이브를 따냈다. 김진욱 감독은 “불펜을 총동원한 뒤 5차전에 니퍼트를 쓰려고 했는데 니퍼트가 자청했다. 5차전에서도 니퍼트를 불펜에 대기시킬지는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염경엽 감독은 “밴 헤켄은 제 역할을 충분히 했다. 홈런은 최재훈이 잘 친 것이다. 밴 헤켄의 희생이 5차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팀은 졌지만, 밴 헤켄의 호투를 칭찬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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