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완의 통산 성적과 주요 기록
·소속팀: 쌍방울(1991~1997년), 현대(1998~2002), SK(2003~2013)
·2043경기 출장(역대 4위), 타율 0.249, 314홈런(역대 5위), 995타점, 75도루
·홈런왕 2회(2000·2004년), 포수 최초 20(홈런)-20(도루) 클럽 가입(2001년)
·4연타석 홈런(2000년 5월19일), 골든 글러브 4회(1996·1998·2000·2007년)
김광현의 슬라이더에 주심의 손이 올라갔다. 4연승으로 에스케이(SK)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스물둘 김광현은 마운드로 뛰어오는 서른여덟 포수를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그해 다승왕(17승)에 오른 자신의 공을 묵묵히 받아준 선배에 대한 예의이기도 했다. 2010년 10월19일 에스케이는 그렇게 삼성을 누르고 한국시리즈 챔피언이 됐다. 에스케이 팬들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 2000년대 후반 한국 프로야구를 지배했던 에스케이의 마지막 ‘결정적 순간’이다.
‘에스케이의 심장’으로 평가받던 포수 박경완(41)이 23년 동안 써온 마스크를 벗었다. 에스케이 구단은 22일 박경완의 은퇴를 발표하면서 그를 에스케이 2군 감독으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현역 선수가 은퇴와 동시에 감독직을 맡은 건 한국 프로야구에 처음 있는 일이다.
박경완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올 시즌을 치르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체력적인 부분은 문제가 없지만 지금 마무리하는 게 명예로울 것 같았다”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은퇴 뜻을 전달한 뒤 구단에서 감독직 제의가 왔다. 당황스럽고 부담스럽기도 해서 고민이 많았지만 아무래도 현장에 있는 게 낫겠다는 판단에 승낙했다”고 말했다.
박경완은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에 신고선수(구단 지명을 받지 못한 뒤 연습생으로 계약한 선수)로 입단했다. 그해 10경기에 나와 6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김성근(현 고양 원더스 감독) 당시 쌍방울 감독과 조범현(현 KT 감독) 배터리 코치의 혹독한 조련으로 새로 태어나게 된다. 조범현 감독은 “(수비하는) 자세를 교정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잘 따라주기도 했고 박경완 스스로 투수 리드나 타자와의 수싸움 등 공부를 많이 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주전 포수 자리를 꿰찬 1994년 박경완의 나이는 스물둘에 불과했지만 공 배합부터 블로킹, 도루 저지 등 포수의 기본 자질을 완벽히 터득한 뒤였다. 1998년 현대로 이적한 그해 팀의 우승을 일궈내는 등 현대와 에스케이의 안방을 지키면서 다섯번이나 우승을 경험했다.
타격에서도 눈부신 기록들을 남겼다. 2000년(40개)과 2004년(34개)엔 홈런왕을 차지했고 2000년 5월19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4연타석 홈런을 터뜨렸다. 4연타석 홈런 기록은 그가 유일하다. 2001년 시즌엔 포수 최초로 20(홈런)-20(도루)을 달성했다.
마지막 전성기는 2010년이었다. 129경기(팀당 133경기)에 나가 타율 0.262를 기록했고, 몸에 맞는 공 27개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김광현, 정우람, 정대현 등 막강 투수진을 이끌며 에스케이의 우승을 이뤄냈지만 이듬해부터 찾아온 부상의 여파로 2011년부터 올 시즌까지 26경기밖에 나오지 못했다.
박경완도 “1군 생활을 정상적으로 하면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고 털어놨다. 그는 “2군 감독으로서 선수 육성이라는 중책을 맡게 돼 선수 때보다 더 부담된다”면서도 “선수들 기량을 고려하면서 내가 지닌 노하우를 전수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