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두산 김선우, 한화 강동우, SK 최영필
슬픈 그라운드
한때 팀 공헌도 높았던 노장들
연봉 삭감 감수하고 이적할 듯
“토사구팽 심해” 팬들 불만 폭주
한때 팀 공헌도 높았던 노장들
연봉 삭감 감수하고 이적할 듯
“토사구팽 심해” 팬들 불만 폭주
옛정 따윈 없다. 쓸모가 없어지면 돌아보지 않고 버린다. ‘잘나가는’ 선수에게 수십억원을 안겨 주지만 ‘한물간’ 선수에겐 수천만원도 아깝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맘때쯤 프로야구판엔 칼바람이 분다. 그라운드를 누비던 선수들이 갈림길에 섰다.
프로야구 9개 구단은 지난 25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보류선수 명단을 제출했다. 보류선수란 내년 시즌을 앞두고 각 구단이 계약 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선수를 뜻한다. 이 보류선수 명단에서 빠졌다는 것은 사실상 ‘퇴출’당했다는 뜻이다.
한국야구위원회는 오는 30일 보류선수 명단을 공시할 예정이지만 이미 명단에서 제외된 몇몇 선수의 이름이 드러나고 있다. 이미 자유계약선수(FA)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주전급 선수들을 내보낸 두산은 투수 김선우(36)와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와 2008년부터 두산 마운드를 지키며 6년 동안 57승(45패1세이브)을 올린 베테랑이다. 2011년 16승(7패)으로 다승 2위, 평균자책 3.31로 3위에 올랐지만 2012년 6승9패, 올해 5승6패로 부진했다.
두산은 젊은 선수로 팀을 재건하려는 구단 방침과 5억원이라는 고액 연봉 탓에 김선우와 재계약을 외면했다. 이종욱, 손시헌 등 ‘허슬두’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대표 선수들의 이적에 이어 이혜천, 임재철 등 주전급 멤버들의 잇단 팀 이탈에 두산 팬들은 실망하는 분위기다. 두산 누리집엔 “노장 선수를 무조건 내보내는 게 진정한 리빌딩인가”와 같은 팬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두산그룹의 광고 문구를 비꼬아 “젊은 사람만이 미래냐” “토사구팽 당하는 선수들을 보고 미래를 기약할 수 있겠냐”는 비난도 이어졌다.
열악한 대구구장의 희생양이었던 한화 강동우(39)도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1998년 삼성에서 타율 0.300, 124안타로 화려하게 데뷔한 강동우는 그해 10월 엘지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이병규의 외야 타구를 잡다 펜스에 부딪혀 정강이뼈 골절상을 당했다. 2년간의 재활 끝에 2000년 복귀했다. 2002년부터 내리 3년 동안 100안타 이상을 쳐냈지만 2006년 두산, 2008년 기아로 트레이드되며 혼란스런 시기를 보냈다. 2009년 한화로 이적한 첫해 타율 0.302, 153안타(최다안타 5위)로 맹활약했지만 팀의 몰락에 묻혔다. 강동우의 올해 연봉은 1억5000만원이다.
롯데의 전천후 외야수 이인구(33·연봉 4700만원)와 대타 전문 요원 정보명(33·연봉 4800만원)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2010년 자유계약선수 권리를 행사했다가 일본 사회인야구에서 1년을 보낸 뒤 에스케이에 입단했던 불펜 투수 최영필(39·연봉 9000만원)도 방출 통보를 받았다.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선수들은 다른 구단과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다. 김선우를 비롯해 명단에서 제외된 선수들이 대부분 선수로 계속 뛰길 원하고 있어 연봉 삭감을 감수한 이적이 예상된다. 경험이 많고 백업 요원 등으로 언제든 1군 무대 투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투수 손민한(38)은 2011년 롯데에서 방출됐다 신생팀 엔씨에 연봉 5000만원을 받고 입단해 올 시즌 5승6패9세이브 평균자책 3.43을 기록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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