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는) 아무것도 아닌 선수였을 때 아내를 만났죠. 꿈이 컸던 아내는 저를 훌륭한 선수로 만들겠다며 그 꿈을 포기했습니다. 제가 얼마나 그 자리에 왔는지 모르겠지만 고맙고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가위차기’ 투구폼으로 유명한 손승락(31·넥센)이 마무리 투수로는 19년 만에 ‘황금장갑’을 손에 끼고 아내에게 그 공을 돌렸다.
손승락이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투수부문 최고의 영광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손승락은 크리스 세든(SK), 찰리 쉬렉(NC), 배영수(삼성), 한현희(넥센), 레다메스 리즈, 류제국(LG)과 함께 투수부문 후보에 올라 유효득표 323표 중에서 97표(30%)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손승락은 다승 공동 1위 배영수(80표), 세든(79표)과 치열한 접전을 벌여 황금장갑을 챙겼다. 1993년 외야수 부문 이순철(32%)보다 낮은 최저 득표 수상이다. 올 시즌 57경기에 출전해 62⅔이닝 동안 46세이브(3승2패), 평균자책점 2.30을 기록하며 ‘구원왕’에 올랐다.
고교시절 유격수였던 손승락은 영남대 진학 후 투수로 보직을 바꾸었다. 대학야구리그에서 최고의 강속구를 뿌리며 주목을 받았던 손승락은 2005년 현대에 입단해 프로에 데뷔했다. 그해 26경기에 선발로 나서 5승10패(평균자책점 5.43)로 썩 좋지 않은 출발을 보였다. 2006년엔 ‘2년차 징크스’와 부상으로 위기가 찾아왔다. 시즌 초반 선발로 등판한 손승락은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으나 팔꿈치 인대 부상과 체력 저하로 부진의 늪에 빠졌다. 부상에서 회복한 뒤에는 시즌이 끝날 때까지 선발과 불펜을 오가야 했다. 시즌이 끝나 뒤 팔꿈치 수술을 받은 손승락은 2007년 한해 동안 재활에 몰두했고, 경찰청 야구팀에서 군복무를 마친 2009년 제대하면서 현대 해체로 새로 생겨난 넥센으로 복귀했다.
손승락은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마무리 보직을 맡기 시작했다. 시즌 개막전에서 조용준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생긴 변화다. 그는 2010년 마무리 투수 중 가장 적은 블론세이브(3개)를 기록하며 26세이브로 구원투수 1위에 올랐다. 2011년 스프링캠프에서 선발 전환을 시도하다 어깨 통증으로 실패한 뒤 마무리로 완전히 보직을 고정하면서 33세이브를 기록했다.
손승락은 올 시즌 열린 목동 롯데전(7월9일)에서 238경기 만에 역대 14번째로 첫 개인 통산 100세이브를 달성했다. 9월14일 문학 에스케이전에서 40세이브를 기록하며 정명원, 진필중, 오승환에 이어 4번째로 한 시즌 40세이브를 올린 투수가 됐다. 지난해보다 1억7000만원이나 오른 연봉 4억3000만원에 사인한 손승락은 “가슴 벅차다. 앞으로 노력하고 더 겸손하고 모범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넥센의 박병호가 총 유효표 323표 중 311표를 받는 압도적인 득표율(96.3%)로 1루수 부문 황금장갑을 끼었고, 한국스포츠사진기자협회가 선정하는 골든포토상도 거머쥐었다. 포수 부문에서는 강민호(롯데), 2루수 정근우(한화), 3루수 최정(SK), 유격수 강정호(넥센), 외야수 손아섭(롯데)·최형우(삼성)·박용택(LG), 지명타자 이병규(LG)가 영광을 안았다.
한편 페어플레이상도 받은 박용택은 두 차례 무대에 오르면서 “가슴에 맺힌 게 많았는데 어느 정도 풀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2002년 엘지에서 프로에 데뷔한 박용택은 10년 동안 한번도 가을 무대에 서지 못하다 올해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감격을 맛봤다. 조성환(롯데)은 사랑의 골든글러브상을 받았다.
이충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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