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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40km 공이 무릎에 쾅…눈앞이 하얘졌다

등록 2014-01-13 15:32수정 2014-01-13 22:08

구속 150㎞ 포구 체험에 나선 이충신 기자가 11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120㎞ 공을 받고 있다. 인천/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구속 150㎞ 포구 체험에 나선 이충신 기자가 11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120㎞ 공을 받고 있다. 인천/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좀 무모한 도전] 150㎞ 공 받기
하얀 공이 피칭머신에서 빛처럼 튀어나왔다. 쾅. 정확하게 무릎에 맞았다. 얼얼했다. 놀란 가슴은 콩닥거렸고 눈앞이 하얘졌다. 공을 기다리던 자세로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148g짜리 야구공이 18.44m의 거리를 시속 140㎞로 날아와 부딪친 것이다. “20㎏짜리 아령이 몸에 박히는 것과 같은 효과”라는 말이 실감났다. 보호장비를 차지 않았다면…. 아찔했다. “눈이 못 따라가잖아!” 박철영(54) 에스케이(SK) 2군 배터리코치의 말이 들린다. 반사신경이 늦다는 질책이다. 하여간 140㎞짜리 직구의 위력을 확인하고 이날 포구 연습을 접었다.

인천 문학구장에서 구속 150㎞ 투구를 받아보겠다고 무모한 도전에 나섰다. 몇 차례 사내 야구 동호회에 나가봤지만 초보 수준이다. 포수 출신의 에스케이 박철영 코치가 연습을 도와줬다. 7~11일 닷새 동안 이론과 포구 연습을 했다. 일단 몸 보호가 우선. 포수는 공에 직접 맞을 수도 있고 타자의 방망이를 스친 공에 부상을 입을 수 있다. 장비 착용에도 순서가 있는데 발목 부분부터 정강이·무릎, 몸통 순서대로 보호대를 채운 뒤 마지막에 헬멧과 마스크를 썼다. 두툼한 마스크가 얼굴 피부에 닿고 시야까지 좁아지자 덜컥 겁이 났다.

자세는 재래식 화장실에서 일을 보는 듯한 ‘똥간 자세’가 안정적이다. 양발을 어깨너비만큼 벌려서 앉은 뒤 왼발과 오른발 끝이 11시와 1시 방향을 가리키도록 한다. 왼손잡이여서 오른손으로 미트(글러브)를 쥐고 앉았는데, 이때 미트를 쥔 손의 반대쪽 발 앞부분이 미트를 쥔 오른발 뒤꿈치와 동일 선상에 오게 한다. 또 발뒤꿈치를 들어 발가락에 힘이 실리게 한다. 미트를 쥐지 않은 손은 네 손가락으로 엄지를 감싼 뒤 무릎 바깥이나 엉덩이 뒤로 숨겨야 된다.

포구 체험을 지도한 박철영 코치. 인천/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포구 체험을 지도한 박철영 코치. 인천/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똥간자세 잡고 피칭머신 연습
120㎞ 공에 손바닥 욱신욱신
50개 넘기자 다리가 저려왔다

“자 받아 봅시다.” 박 코치의 말이 들렸다. 공의 궤도를 눈에 익히기 위해 피칭머신에서 나오는 3~4개의 공을 그냥 지켜봤다. 포수 자리에 앉았다. “긴장하세요.” 박 코치의 목소리가 들린 뒤 피칭머신에서 공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생각대로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공은 미트 옆으로 빠르게 빠져나갔다. “공에서 눈을 떼면 안 돼요.” 박 코치가 주의를 줬다.

5~6초 간격으로 날아오는 공을 연속으로 받으니 허벅지가 뻐근해졌고 미트를 낀 오른손에 점점 힘이 빠지고 움직임이 무뎌졌다. “70㎞밖에 안 되는데 손이 흔들리면 안 돼. 그래서는 100㎞도 못 받아.” 박 코치의 목소리가 피칭머신 소리와 함께 귓가에 따갑게 날아들었다.

다음날부터 속도를 올렸다. 100㎞부터 시작했다. 전날 70㎞대 공을 잡아본 터라 익숙해졌다. 하지만 공의 무게가 달랐다. 묵직했다. 직구는 어느 정도 잡을 수 있었지만, 옆으로 휘어져 나가는 슬라이더는 하나도 잡지 못했다. 손이 따라가지 못해 눈동자만 움직였다.

“탁탁 잡아야 해요.” 박 코치의 목소리가 커진다. 옆으로 오는 공은 손을 앞으로 쭉 내밀며 공을 채듯이 잡아줘야 한다. 바깥쪽 공은 항상 안쪽으로 밀어넣는다는 기분으로 잡아줘야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다. 낮게 오는 공은 위로 밀어올리듯 낚아채고, 높은 공은 아래로 눌러줘야 한다.

아래로 떨어지는 공을 놓치지 않으려면 눈은 항상 날아오는 공의 밑쪽을 봐야 한다. 공은 몸을 고정시킨 채 팔만 움직여 잡아야 한다. “유리창닦이가 돼야 해요.” 자동차 윈도 브러시처럼 손만 움직이라는 뜻이다. 익숙해지면 하체를 이용해서 리듬을 타며 공을 잡을 수 있다고 한다.

진해수 투수와 함께 공을 던져준 신윤호 투수. 인천/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진해수 투수와 함께 공을 던져준 신윤호 투수. 인천/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나흘째 드디어 투수 공에 도전
부상 두려움에 가슴 쿵쾅쿵쾅
공 똑바로 못보고 얼굴 돌렸다
코치 “150㎞는 살인무깁니다”

구속을 올려 이제 120㎞. ‘정신을 바짝 차리자’고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100㎞와 120㎞는 하늘과 땅 차이다. 공이 엄지와 검지 사이의 볼집에 정확하게 들어가면 ‘팡~ 팡~’ 경쾌한 소리가 났지만 다른 부위에 맞으면 ‘퍽~ 퍽~’ 소리가 났다. 공의 스피드에 손이 뒤로 밀리고 흔들렸다. 50여개의 공을 받은 뒤부터 숨소리가 가빠졌다. 오른손 아귀에 힘이 빠져 공의 스피드와 무게를 이겨낼 수 없었다. 다리도 저렸다. 포구 위치가 흔들리니 볼집에 공이 박히는 게 아니라 손바닥이나 손가락에 박혔다. 손바닥이 째지듯 아렸다. 공을 잡아채기는커녕 손이 젖혀졌다.

드디어 운명의 나흘째. 개인 연습을 하고 있는 에스케이 진해수 투수의 공을 받아보기로 했다. 옆에서 보니 ‘굉음’을 내며 내리꽂히는 공이 위력적이었다. 공을 놓쳐 부상이라도 입으면 어떡하나 두려움이 앞섰다. 투수가 던지는 공은 기계와 달라 항상 일정한 궤도로 날아오지 않는다. 박 코치는 “포수가 원하는 공이 들어올 확률은 70% 정도”라고 했다. 그것도 제구력이 좋은 투수일 경우다.

선 채로 몇 개의 공을 받은 뒤 앉아서 받기로 했다. 투구 동작에 들어갔나 싶었는데 갑자기 ‘쉬~익’ 하며 130㎞대의 공이 날아왔다. 나도 모르게 공을 보지 않고 얼굴을 돌렸다. 박 코치의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얼굴이 돌아가면 안 돼!” 공이 날아오는 순간 두려웠는지 공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공이 얼굴 쪽으로 날아오면 눈을 껌뻑이거나 피하는 게 인간의 본능이다. 다만 선수들은 연습을 통해서 공을 피하지 않도록 습관화한 것이 다르다.” 박 코치의 말이다. 진해수 투수가 다시 던졌다. 이번에도 130㎞대의 공이었는데, 미트를 맞고 옆으로 빠져나갔다. 좀 감이 오는가 싶었다.

그런데 코치의 생각은 달랐다. “이제 그만합시다.” 박 코치의 목소리가 너무 야속하게 들렸다. 박 코치는 “밥벌이도 아닌데 왜 위험하게 이런 걸 하려고 하나. 지금 상태로는 절대 받을 수 없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18.44m를 날아 0.38초 만에 포수 미트에 들어가는 구속 150㎞의 공은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박 코치는 “150㎞는 살인 무기다. 포수 외 프로선수들도 그런 짓은 안 한다”고 했다. 그는 “용기는 100점, 실기는 10점”이라며 도전정신에 후한 점수를 줬다.

인천/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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