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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들도 겨울 훈련을 한다. 비시즌 동안 풀어졌던 긴장감을 채우고 몸의 감각을 되돌리기 위해서다. 올 시즌에는 타고투저를 완화하기 위해 스트라이크 존이 공 반 개 정도 높아지면서 달라진 스트라이크 존 적응도 필요해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경기도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심판 합동 훈련을 마련한 이유다. 그렇다면 온전히 심판들만 참가하는 심판 합동 훈련에는 어떤 장비가 동원될까?
스트라이크 존 적응 훈련에는 피칭 머신(사진)이 동원된다. 공은 포수 출신(심판들은 모두 아마추어 야구 선수 출신이다) 심판이 받는다. 전문 포수들이 아니기 때문에 아주 빠른 공을 받기에는 무리가 있어 공의 구속은 최고 시속 120㎞를 넘지 않는다. 속구뿐 아니라 변화구도 판정 연습이 필요한 법. 3개의 휠을 이용해 앞으로 퉁겨 나가는 원리의 피칭 머신은 각각의 휠의 빠르기를 조절해 ‘왼손 투수 커브’, ‘오른손 투수 슬라이더’ 등으로 구질 설정이 가능하다. 장비 조절이 익숙지 않아 여러차례 공을 땅바닥으로 패대기친 뒤 아주 흡족스런 낙차 큰 ‘커브’를 만들어낸 김풍기 심판에게 도상훈 심판위원장이 한마디 건넸다. “그런 완벽한 제구력을 가진 국내 투수는 없어!”
수비수들의 송구 방향에 따른 위치 선정 훈련 때는 실전과 똑같은 상황을 연출해야 하기 때문에 펑고 방망이가 동원된다. 심판들 사이에서도 ‘펑고의 달인’은 있다. 고등학교 야구부 코치 출신의 김성철 심판이다. 원하는 곳으로 척척 공을 굴리고 띄운다. 부상 방지를 위해 공은 야구공이 아닌 훈련용 연식공이 사용된다. 실제 경기 때는 야구공을 피해야만 하는 심판들이 수비수 역할을 위해 공을 잡다 보니 피치 못하게 ‘주요 부위’에 공을 맞는 부상이 연출되기도 했다. “연식공이기는 하지만 진짜 아프다”는 게 해당 심판의 전언이다.
미국 심판학교 연수 중인 4명을 제외한 40명의 심판이 참가한 겨울 합동 훈련은 19일부터 23일까지 계속된다. 문승훈 심판은 “30대나 50대나 운동장에 나오면 모두 똑같이 활기가 넘친다. 선수들과 같다”고 했다. 심판들은 2월 일본 오키나와에서 프로팀 연습경기를 참관하며 실전 훈련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천/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들이 경기도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피칭머신을 이용해 스트라이크존 적응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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