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현의 MLB 리포트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3년째를 맞이한 류현진의 활약상을 박승현 야구 전문기자가 현지에서 전해드립니다. 야구 취재 경력 15년의 박 기자는 미국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류현진뿐 아니라 ‘새내기’ 메이저리거 강정호와 ‘베테랑’ 추신수의 생생한 소식도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류현진은 디딤발 위치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바닥에 금을 긋고 투구 연습을 한다. 사진 박승현
류현진이 엘에이 다저스의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애리조나 글렌데일 캐멀백랜치 다저스 콤플렉스에서 돈 매팅리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불펜 투구를 하고 있다. 사진 박승현
투구판서 양발 6번 잇댄 뒤 ‘쭉~’
대여섯 차례 던져 몸 풀리면
어김없이 앞발이 선에 닿아
디딤발 폭·릴리스 포인트 유지가
칼날 제구력의 시작인 셈 그것은 릴리스 포인트라고 하는 공을 놓는 지점과 관련이 있습니다. 릴리스 포인트는 투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기도 하면서 민감한 것이기도 합니다. 일정하게 유지하지 않으면 공을 마음먹은 지점으로 보낼 수 없습니다. 공의 위력도 달라집니다. 릴리스 포인트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디딤발의 폭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은 팔로 던지는 것이지만 몸의 중심이동은 하체가 결정하고 그 이동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열쇠가 바로 디딤발이 닿는 지점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류현진이 왼손 선발투수로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크게 뒤지지 않는 직구 속도를 가지고 있지만, 직구와 변화구 모두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로 더 인정받고 있습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2년간 BB/9(9이닝당 볼넷 수)=2.0, 탈삼진/볼넷=3.76을 기록했습니다. 2년 전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때의 우려를 불식하고 누구도 시비할 수 없는 다저스의 3선발에 오른 것도 좋은 제구능력이 가장 큰 힘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런 제구능력은 결국 디딤발의 위치부터 늘 점검하는 데서 출발하고 있는 셈입니다. 류현진이 디딤발의 위치에 대해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는 불펜에서뿐 아니라 원거리 투구를 할 때도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때는 원거리 투구를 하다 말고도 ‘여섯 발’을 잴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류현진이 그어 놓는 금은 투수판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을까요. 류현진의 스파이크는 300㎜짜리입니다. 투수 플레이트에서부터 디딤발까지의 거리가 180㎝입니다. 마운드에 경사가 있기는 해도 180㎝ 지점까지 발을 내딛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는 직접 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스파이크 크기를 보시고 혹시 ‘왕발’ 이미지를 떠올리는 분이 계실 것 같아 설명을 붙입니다. 188㎝가 좀 넘는 류현진은 운동화의 경우 280~285㎜ 크기를 신습니다. 발볼이 넓어 스파이크는 훨씬 큰 것을 사용합니다.) 애리조나 글렌데일/글·사진 박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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