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의 최근 발언이 한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인터뷰를 진행했던 당사자로써 전후사정을 설명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15일(한국시각)입니다. 재활중인 류현진이 런닝을 하지 않을까 싶어 대기하고 있는데 다저스타디움 기자실 한 쪽에서 다저스 경기 스페인어 방송 중계 해설을 맡고 있는 페르난도 발렌수엘라(이 분도 다저스의 전설적인 투수입니다)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로이스터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둘의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한국 기자”라고 소개했더니 아주 반가워 하더군요. 여기는 어쩐 일이냐부터 시작해서 대화가 이어졌고 그 중에는 보도 된 대로 한국에서 다시 감독으로 일하는 것과 관련된 내용도 있었습니다.
솔직히 대화를 하면서 약간 놀라기도 했습니다. “그 문제는 지금 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한 후 입을 닫을 것으로 짐작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로이스터는 “신동빈 회장의 복귀 후 롯데 자이언츠와 관련한 인터뷰나 다른 어떤 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하면서도 주저 없이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특히 롯데 뿐 아니라 다른 구단과도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까지 밝혔습니다. 로이스터가 이 부분을 언급할 때는 내심 ‘녹음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이날 로이스터는 “가능성이 있다”를 넘어서 “내가 한국에서 감독을 맡는 것이 유일한 직업이 될 것”이라거나 “미국에서도 기회가 있었지만 한국에서 일하는 것이 좋다”는 등의 말로 한국 복귀에 대한 희망을 드러냈습니다. 로이스터의 말을 들으면서 느꼈던 것은 ‘한국에서 감독직을 강하게 원하고 있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특정 구단과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는지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의지 만큼은 강해보였습니다.
로이스터를 기사화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은 편치 않았습니다. 시즌 막바지에 피말리는 경쟁을 하고 있는 국내 프로야구 감독들이 로이스터 거취 문제 때문에 공연히 마음고생을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컸습니다. 염려대로 로이스터가 금도를 어긴 발언으로 한국프로야구를 흔들고 있다는 이야기가(정확하게는 그렇다는 보도가)나오고 있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까지는 동의하고 싶지 않습니다.
로이스터는 객관적으로 말하면 현재 구직자입니다. 지난 해 멕시칸 리그의 티그레스 데 콴타나 루를 맡았었지만 현재는 무직입니다. 결국 자신에 다한 평가가 가장 후하다고 판단되는(주관적 판단이므로 누가 시비를 걸 일도 아닙니다) 쪽에서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알아보는 것이 당연합니다.
일본프로야구를 취재하던 당시 지바 롯데에 바비 발렌타인, 홋카이도 니혼햄 파이터스에 트레이 힐만 두 외국인(일본에서 볼 때) 감독이 있었습니다. 발렌타인은 2005년, 힐만은 2006년 일본 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등 성적도 남겼지만 다른 면에서도 일본 프로야구에 족적을 남겼습니다.
둘 모두 여느 일본인 감독들과 달리 팬들과 소통하는 능력이 두드러졌습니다. 일본에서 프로야구 감독은 선망 받는 직업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엄숙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팬들과 거리감이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하지만 둘은 이런 편견을 깨고 팬들과 직접 접촉하면서 지냈습니다. 이 덕분에 만년 하위권 구단이던 두 구단은 이전 보다 더 많은 팬들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도쿄돔에서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더부살이 하는 것과 진배 없이 지내던 니혼햄이 홋카이도로 연고지로 옮겨 빠르게 정착한 데에는 힐만 감독의 공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둘이 일본에서 지내는 동안 이들이 일본야구를 흔든다고 본 사람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받아들일 면이 있으면 받아들이면 되고 더 이상 유용하지 않으면 고용관계를 끝내면 됩니다. 그게 프로야구니까요. 로이스터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우리 구단 사정에 가장 적합한 인물인가만이 평가에 제일 중요한 잣대가 아닐까요. 그가 무슨 말을 하든 한국프로야구가 흔들린다고 생각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박승현 로스앤젤레스/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