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J트러스트와 스폰서 계약 협상 유력
“일본 회사란 이유로 막을 이유 있나”
“대부업이 본질…시즌권 갱신 고민”
“일본 회사란 이유로 막을 이유 있나”
“대부업이 본질…시즌권 갱신 고민”
프로야구 서울 히어로즈가 넥센타이어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일본계 금융회사 ‘J트러스트’와 새로운 네이밍 스폰서 계약 눈앞에 두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번 계약이 성사되면 서울 히어로즈는 ‘J트러스트 히어로즈’로 불릴 가능성이 크다.
23일 <연합뉴스> 보도를 보면, 히어로즈 관계자는 “넥센타이어와는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며 “새로운 네이밍 스폰서로 J트러스트 그룹과 협의 중이며, 유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체 위기에 놓인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해 2008년 재창단한 서울 히어로즈는 지금까지 모기업 없이 후원사의 이름을 구단명에 넣는 ‘네이밍 스폰서’ 방식으로 운영됐다. 서울 히어로즈는 창단 당시 우리담배와 3년 300억원 규모의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맺고 ‘우리 히어로즈’라는 이름으로 프로야구에 진출했다. 하지만 우리담배가 같은 해 8월 계약을 중단하면서 2010년 2월 넥센타이어와 만나기 전까지 1년 6개월간 경영난을 겪기도 했다.
이후 서울 히어로즈는 2015년까지 여섯 시즌 동안 ‘넥센 히어로즈’라는 이름을 달고 좋은 성적을 거뒀다. 원소속팀에서 저평가 받았던 이적생 박병호와 서건창을 한국 프로야구 최고 수준의 타자로 성장시켰고, 거포 유격수 강정호를 메이저리그에 진출시켜 ‘저비용 고효율 운영’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내년부터 신설 경기장인 고척돔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부담해야 하는 연간 80억원 규모의 사용료 때문에 ‘올 시즌을 끝으로 넥센타이어와 재계약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일일 대관 형식으로 목동 구장을 사용해온 서울 히어로즈는 올 시즌 야구장 사용료와 사무실 임대료, 관중 수입의 10%, 광고 수입의 일부 명목으로 서울시에 40억원을 지급했다.
J트러스트는 국내에서 JT친애은행, JT저축은행, JT캐피탈 등을 운영하고 있는 일본계 금융회사다. 얼마 전 배우 고소영씨가 이 회사와 광고 계약을 체결했다가 거센 비난 여론에 계약을 해지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J트러스트는 대부업으로 성장한 회사로, 일본 대부업체는 대부분 야쿠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누리꾼들의 비난 여론 때문이었다.
각 포털의 스포츠 섹션과 엠엘비파크 등 대형 야구 커뮤니티에서는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온라인에는 J트러스트의 국적과 업태, 도덕성을 들어 서울 히어로즈를 비난하는 여론이 많았지만, 롯데 신씨 일가의 경영권 다툼 문제, 한화 김승연 회장 폭행 사건 등을 들어 다른 구단 모기업들의 상황도 이보다 나을 게 없다고 꼬집는 누리꾼들도 적지 않았다.
비판 여론은 ‘대부업의 어두운 이미지를 감추기 위해 저축은행을 세우고 일반인에게 친숙한 야구단에 접근하고 있지만 본질은 높은 이자로 국민을 괴롭히는 회사’라는 지적이 주류였다. 반면 일본계 금융회사를 모기업으로 하는 ‘안산 OK저축은행’ 배구단이 리그에 안착한 사실을 들어 ‘제2금융이라는 이유로 프로 스포츠 진출을 막을 이유는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트위터 사용자 @mar********는 “J트러스트가 스폰서 하는 거 불쾌했는데 여론이 생각보다 적대적인 것 보니 짜증. 일본 프로야구에도 오릭스가 있고, 배구에도 OK저축은행이 있는데 프로야구는 신성한 영역인가”라고 지적했다. 히어로즈 팬인 @mis*****는 “개인 팬이 안 산다고 눈 깜빡하지 않겠지만 시즌권 갱신해야 할지 고민이다. 일본 대부업체 이름 새겨진 유니폼은 당연히 사지 않겠지만 팀 세탁(응원하는 팀을 바꾸는 것)은 못할 것”이라며 복잡한 심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히어로즈 관계자는 “J트러스트는 대부업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제로는 대부업체가 아니라 제2금융권 업체”라고 밝혔다. J트러스트도 “아시아 지역에 26개 계열사가 있는데, 그 중 대부업을 하는 곳은 없다”고 밝혔다.
조승현 기자 sh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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