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패뒤 2연승…우승까지 2승 남아
박건우, 4회 2타점 역전 결승타
박건우, 4회 2타점 역전 결승타
우천 첫 중단은 1회말 두산 공격 정수빈 타석 때였다. 경기가 재개될 때까지 20분이 소요됐다. 두번째 중단은 삼성의 3회초 공격 2아웃 때였다. 운동장 정리까지 32분이 걸렸다. 두차례 중단 끝에 어수선한 분위기가 가라앉은 뒤 잠실야구장은 서서히 달아올랐다. 가을비에도 아랑곳 않고 2만5000명 팬(매진)들이 자리를 지킨 가운데 웃은 팀은 두산이었다.
두산은 2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5 케이비오(KBO)리그 한국시리즈(4선승제) 3차전에서 선발 장원준의 호투에 힘입어 삼성을 5-1로 제압했다. 삼성으로선 1-3으로 뒤진 6회말 1사 만루 수비 때 2루수 야마이코 나바로가 1루 송구 실책을 범해 2점을 내준 게 뼈아팠다. 두산이 2승(1패) 고지를 먼저 밟은 가운데 4차전은 알프레도 피가로(삼성)와 이현호(두산)의 선발 맞대결로 30일 오후 6시3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 ‘가을사나이’ 된 장원준
장원준은 이날이 프로 데뷔 첫 한국시리즈 등판이었다. 오락가락 비에 경기 중단 시간이 늘어나면서 어깨가 식을 만도 했지만 8회말 2사까지 씩씩하게 마운드를 지켰다. 7⅔이닝 6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 투구수는 올 시즌 최다인 127개(이전 122개·8월8일 잠실 LG전)였고, 속구 최고 시속은 146㎞가 찍혔다. 장원준은 롯데 시절인 2011년 플레이오프 4차전 이후 포스트시즌 4연승도 이어갔다. 84억원을 받고 두산으로 이적한 후 4년 만에 참가한 올해 가을야구에서는 이날까지 4경기에 선발 등판해 3승 무패 평균자책 2.36을 기록중이다. ‘니느님’ 더스틴 니퍼트와 함께 확실한 원-투 펀치로 자리매김한 장원준은 경기 최우수선수가 됐다.
■ 두번 부러진 박건우의 방망이
정수빈의 부상으로 2차전부터 선발 출장한 박건우가 힘을 냈다. 수비가 어려운 정수빈이 지명타자를 맡으면서 우익수로 2차전에 이어 선발 출전한 박건우는 3회 첫 타석에서 빗맞은 내야안타를 만들어냈고 0-1로 뒤진 4회말 1사 2·3루에서는 파울 타구를 쳐낼 때 방망이가 두차례 부러지는 우여곡절 끝에 삼성 선발 타일러 클로이드로부터 우중간 2타점 적시타를 뽑아냈다. 1, 2회 연속 병살타로 득점에 실패하며 어려운 승부를 이어가던 두산의 숨통을 트여주는 역전타이자 결승타였다. 두산은 5회말 1사 만루에서 양의지의 희생뜬공으로 1점을 얻는 등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갔다. 박건우는 두산 타선에서 유일하게 멀티 히트(2개)를 기록했다. 4타수 2안타 2타점.
■ 삼성, 안타는 더 많이 쳤지만…
류중일 삼성 감독은 1~2차전과 다른 타순을 선보였다. 새내기 구자욱이 1번 좌익수로 포스트시즌 들어 처음으로 선발 출장했다. 최형우가 지명타자로 바뀌면서 이승엽은 벤치에 앉았다. 구자욱은 1회 첫 타석부터 장원준과 8구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 끝에 내야안타를 치고 출루했다. 장원준의 폭투로 2루를 밟은 뒤에는 나바로의 적시타 때 빠른 발을 이용해 홈을 밟았다. 삼성은 막내 구자욱의 화끈한 선발 출장 신고식으로 선제점을 뽑으며 경기 주도권을 잡았으나 정작 선배들이 침묵했다. 1회 2사2루, 6회 2사 2·3루에서 적시타가 터지지 않았고 8회초 구자욱이 선두타자로 출루했는데도 득점에는 실패했다. 9회초 2사 만루에서는 구자욱이 1루 땅볼을 쳤다. 삼성은 이날 안타수(8개)에서 두산(6개)에 2개나 앞서고도 1점만 뽑아내는 극심한 변비 야구를 선보였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한국시리즈 3차전 감독들의 말말말
■ 김태형 두산 감독 장원준은 1회부터 공이 굉장히 좋았다. 7회 끝나고 투수코치가 체크했는데 본인이 130개까지 던지겠다고 했다더라. 장원준이 위기가 왔을 때 불펜에 이현호를 대기시켰는데 이현호가 오늘 나왔으면 4차전 선발은 진야곱이었을 것이다. 3-1로 앞섰을 때 상대 실책이 컸다. 지명타자, 1루수에 고민이 많은데 박건우가 계속 컨디션이 좋아서 타선은 이대로(지명타자 정수빈, 우익수 박건우) 갈 것이다. 1루수는 아직도 물음표다. 선수들이 수비에서 굉장히 집중력을 보이고 잘하고 있다. 많이 지쳐 있는데 본인들 스스로 즐겁게 하려는 게 눈에 보인다. 좋은 분위기로 좋은 흐름을 이어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
■ 류중일 삼성 감독 초반 분위기를 잡았는데 이후에 이렇다 할 찬스를 못 잡아서 경기를 내준 것 같다. 클로이드는 좋았는데 볼넷이 많았다. 무엇보다 6회 나바로의 실책으로 점수를 준 것이 조금 아쉽다. 4차전 선발은 피가로인데 더 이상 밀리면 안 되기 때문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기 위해서 냈다. 여차하면 차우찬을 뒤에 쓰겠다. 원래는 차우찬을 4차전 선발로 쓰려고 했는데 선발과 불펜 상황을 두루 고려했다. 차우찬을 썼을 경우 불펜 상황이나 여러 면에서 힘들어질 것 같아서 고민하고 결정했다. 타순 변경을 해서 경기 초반에는 분위기가 좋았는데 결국에는 타순 연결이 안 좋았던 것 같다. 타순은 코칭스태프와 생각해서 고민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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