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했던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손아섭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입찰(포스팅)에 나선 구단이 없어 완전 자유계약 선수가 된 이후를 기약하게 됐습니다.
강정호가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냈고 박병호가 여러 구단들의 경합 끝에(12개 구단이 입찰에 응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285만달러의 높은 응찰금액으로 미네소타 트윈스와 협상에 나서게 된 다음이어서 손아섭 영입에 나선 구단이 없었다는 사실이 충격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지 매체의 보도를 늘 챙겨보는 입장에서 말씀 드리면 어느 정도는 예고된 결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박병호의 경우 엄청난 홈런으로 인해 시즌 중에도 심심치 않게 관심을 보이는 현지 매체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손아섭에 대해서는 포스팅에 나서기 전까지는 이름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볼티모어 지역매체인 <볼티모어 선>이 보도했지만 구단의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은 아니고 출루율 높은 1번 타자감이 필요한 볼티모어 사정상 관심을 가질만하다는 예상에 가까웠습니다.
이후에도 비슷합니다. 포스팅 사실을 보도하기는 했지만 어느 구단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소식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박병호가 포스팅에 임했을 때는 <시비에스>(CBS) 존 헤이먼, <야후 스포츠>(YAHOO SPORTS) 제프 파산 등이 나서 일일이 전구단을 확인하면서 관련 소식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소위 전국구 기자로 불리는 이들 중 누구도 손아섭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름대로 취재원들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어느 구단이든지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으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라도 전했을 터인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강정호의 성공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국내프로야구 타자들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제한적입니다. 박병호와 같이 ‘리그를 뛰어넘는’ 기록을 보이기 전에는 관심을 갖기 쉽지 않습니다.
손아섭이 좋은 타율과 출루율을 갖고 있지만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보기에는 ‘한국에서 좋은 것’입니다. 현역 통산 타율 1위이고 지난 시즌 타율/출루율/장타율=.317/.406/.472을 기록했지만 어마어마하게 느껴지는 정도는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국내프로야구를 타자에 극히 친화적인 리그라고 평가하고 있다는 것까지 생각하면 어느 구단이든 포스팅 금액에다 다년계약을 안겨주기 위해 나서기는 어렵습니다.
손아섭이 우익수라는 점도 크게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이번 오프시즌에 자유계약선수로 시장에 나온 선수 중 우익수로 분류가 가능한 선수가 모두 23명입니다. 최대어 중 한 명인 제이슨 헤이워드도 있습니다. 손아섭처럼 20대인 선수는 도미닉 브라운(28), 로비 그로스먼(26), 제라르도 파라(29), 트래비스 스나이더(28) 등으로 많지는 않지만 외야수는 30대 초반까지 나이가 큰 문제는 아닙니다. 쓸만한 선수를 구단이 유리한 금액에 계약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상황입니다. 아울러 중견수라면 몰라도 코너 외야수는 수비 능력에 큰 구애를 받지 않아 기존 보유 선수들을 폭넓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손아섭은 아오키 노리치카(일본)와 비교되기도 했습니다. 아마 <볼티모어 선>의 보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 매체도 언급하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아오키가 메이저리그에서 주로 우익수로 뛴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어땠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아오키는 일본에서 중견수였습니다. 발도 빨라서 41도루를 기록한 시즌도 있습니다(밀워키 브루어스에 와서 뛰었던 2012년에도 30도루를 기록했습니다).
아오키는 데뷔 2년차이던 2005년 202개 안타를 기록했습니다. 당시 센트럴리그 신기록이자 이치로 스즈키에 이어 일본프로야구 사상 두 번째로 200안타를 돌파했습니다. 2010년에는 다시 209안타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했을 때 나이가 29세로 손아섭보다 많기는 했지만 아오키 역시 리그를 뛰어넘는 기록을 가진 중견수로 메이저리그에서 관심을 보였던 셈입니다.
물론 손아섭이 포스팅에서 실패했다고 해서 기량까지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기에 모자란 것이 아니라 시장 논리에 의해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봐야 합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많은 돈을 들이기에는 대체재가 너무 많습니다. 손아섭이 더 많은 팬들의 성원 속에서 꾸준히 기량을 발휘하기를 기원합니다.
박승현 로스앤젤레스/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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