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야 복판 지름 5.5m 크기로 둥글게 솟아 있는 부분을 마운드라고 부릅니다. 원의 중심, 투수판이 놓인 곳이 홈플레이트보다 25.4㎝ 높고 거기서부터 가장자리까지는 완만한 경사를 이룹니다. 이곳은 오로지 투수만을 위한 자리입니다. 평탄한 곳에 서는 동료들과 달리 홀로 그곳에 서서 고독한 승부를 펼쳐야 하는 것이 투수의 숙명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5월 좌측 어깨 수술을 받은 엘에이(LA) 다저스 투수 류현진이 지난 15일(한국시각) 다시 이 투수만을 위한 자리에 섰습니다. 14일 엘에이(LA)에서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에 있는 다저스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운동을 시작한 류현진은 하루 뒤 불펜에 들어가 공을 던졌습니다.
비록 볼을 받아준 트레이너가 포수 자리에 서서 받는 공 던지기였지만 경사진 곳에서 볼을 던진 것은 수술 뒤 처음이었습니다. 지난해 5월1일 다저스타디움에 있는 불펜에서 볼을 던진 것이 마지막이니 260일이 흐른 다음입니다. 지난해 9월19일 처음 볼을 던지기 시작한 뒤 멀리 던지기 거리를 40~50m까지 늘렸지만 모두 평지에서 던지기였습니다.
류현진은 첫날만 해도 “언제 불펜에 들어갈지는 트레이너가 정한다. 현재로는 알 수 없다”고 말했지만 둘째 날 불펜으로 향했습니다. 그는 훈련 뒤 “오랫동안 평지에서만 던졌기 때문에 트레이너가 불펜에 들어가보자고 했다. 생각보다 (포수까지 거리가) 가깝게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컨디션이 좋을 때 그렇게 느끼는 것 아닌가”라고 묻자 “(포수) 뒤가 막혀 있어 그런 것”이라고 대답하면서도 웃었습니다.
류현진의 이날 훈련 모습은 전체적으로 경쾌하게 느껴졌습니다. 멀리 던지기나 불펜에서 공을 던질 때도 부담이 없어 보였습니다. 훈련이 끝난 뒤 대화를 나눌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깨 수술 뒤 류현진이 다시 마운드에 오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조금은 알고 있는 입장에서는 이날 류현진의 밝은 표정이 예사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재활훈련은 지루하고 힘든 과정입니다. 류현진은 먼저 수술 부위에 힘을 붙이기 위해 같은 동작을 지겹도록 반복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다음에는 하체 훈련부터 혹독한 프로그램을 소화해야 했습니다. 하체의 힘을 길러야 결과적으로 어깨에 대한 부담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류현진의 모습이 어깨 부상 이전보다 날렵하게 된 이유지만 그만큼 힘들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런 과정을 다 치르고 나서야 류현진은 다시 투수만을 위해 마련된 마운드에 다시 오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잘되고 있다’는 평가를 스스로 내렸습니다.
산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대개 마지막 급경사 구간을 통과해야 합니다. 류현진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전력 피칭을 했을 때 수술 이전과 비슷한 구속이 나와야 하고 통증이 없어야 합니다. 이 고비를 통과하기 전에는 누구도 100% 낙관은 어렵습니다.
한국 취재진을 위해 특별히 훈련 장면을 허락해준 다저스 구단의 호의 덕에 류현진을 찾아간 날, 다저스 콤플렉스는 고요했습니다. 인공운하까지 있는 풍광 속에서 편히 쉬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 속에서 류현진은 마지막 9부 능선을 지나 정상으로 향하기 위해 홀로 한걸음씩 발길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고독한 마운드에 서기 위해 더 고독한 과정을 거치고 있지만 스스로에겐 성취로 팬들에게는 기쁨으로 그동안의 노력이 보상받기 기원합니다. 전망 역시 긍정적입니다.
박승현 로스앤젤레스/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