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복귀를 준비하고 있는 엘에이(LA) 다저스 류현진이 또 하나의 통과의례를 치렀습니다. 일단 잘 치른 것으로 보입니다.
류현진은 지난 31일(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팀의 팬페스트에 참가했습니다. 류현진은 선수 사인회에 참여하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에 훈련 중이던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서 잠시 엘에이로 돌아왔습니다.
행사에 참석하기 전 류현진은 데이브 로버츠(사진) 감독과 만났습니다. 로버츠 감독이 돈 매팅리 전 감독에 이어 다저스를 지휘하기로 결정된 후 첫 대면입니다. 로버츠 감독은 부임 뒤 “가능한 한 빠른 시간에 선수들과 일대일 대화를 갖겠다”고 말했고 실제로 텍사스주 알링턴에 있는 클레이턴 커쇼의 자택까지 방문하기도 했지만 류현진과는 그럴 기회가 없었습니다.
류현진이 지난해 12월 중순 잠시 미국에 들렀다 귀국해 1월12일 다시 미국으로 왔지만 로버츠 감독과는 만나지 못했습니다. 류현진이 하루만 엘에이에 머문 뒤 바로 애리조나로 이동했기 때문입니다. (류현진이 12월 중순 잠시 미국으로 돌아왔던 것은 로버츠 감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고 이미 11월 귀국 때 밝혔던 훈련일정대로 움직였던 것입니다.)
류현진은 31일 사인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현지 보도진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로버츠 감독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가”에 대한 질문이 있었고 “(로버츠 감독이)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시즌은 어차피 9월, 10월까지 있다. 끝까지 같이 가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고 답했습니다.
짧은 답변이었지만 로버츠 감독이 류현진의 부담을 덜어주려 했다는 짐작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류현진 역시 복귀 시점과 관련한 질문에 선수 입장에서는 당연히 스프링캠프 시작할 때까지 100%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도 “급하게 생각하거나 무리하기보다는 천천히 복귀 준비를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한국에서 출국하기 앞서 “시즌 개막전에 맞춰 복귀하도록 하겠다”고 못박았던 것과는 좀 다른 답변입니다. (저도 류현진이 개막전 복귀라는 말을 할 때마다 저럴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정을 공표하고 생길 수 있는 부담과 그로 인한 무리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류현진은 로버츠 감독과의 첫 만남에서 어떤 인상을 받았을까요. 아쉽게도 직접 들을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짐작할 만한 것은 있습니다. 그의 통역인 김태형씨의 말입니다. “그동안 보도를 통해서 좋은 분인 줄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 만나보니 또 다르다. 정말 좋은 분이신 것 같다”고 하더군요. 평소 류현진이나 구단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공식적인 발표 내용 말고는 전혀 사견을 비치지 않던 김태형씨의 말이라서 신뢰가 갑니다. 이런 인상을 준 대화였다면 당사자인 로버츠 감독이나 류현진 모두 서로에 대해 좋은 느낌이었을 겁니다.
류현진 스스로 “메이저리그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선수 입장에서 배려를 많이 해주었다”고 평한 돈 매팅리 감독이 떠난 뒤 로버츠 감독과의 관계는 복귀하는 류현진에게 남은 또 하나의 과제입니다. 일단 첫 단추는 잘 끼워진 것 같아 다행입니다. 류현진은 1일 다시 글렌데일로 돌아가 훈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박승현 로스앤젤레스/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