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 시애틀 매리너스와 1년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이대호가 5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이너 계약, 기회라고 생각해요”
홀쭉해진 몸과 검게 탄 얼굴. 웃음 사이로 새어나오는 비장한 표정. ‘빅보이’의 귀국 모습이다.
미국프로야구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한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34)가 5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관심은 온통 그의 마이너리그 계약에 쏠려 있었다. 입국 직전 이대호는 시애틀과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초청을 포함한 1년짜리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최소 보장액이 얼마인지도 알 수 없는 그야말로 ‘마이너리그 계약’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정상급 실력은 인정받은 그였기에 마이너리그 계약은 ‘시간에 쫓기다 내린 장고 끝 악수’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어차피 25인에 들지 못하면 다 마이너에요. 제가 25인에 못 들면 할 수 없죠. 더 잘해서 (25인 로스터 안에) 들면 메이저리거잖아요. 자신감 있습니다.”
이대호는 스프링캠프에서 자신의 실력을 입증해야만 메이저리그 무대에 오를 수 있다. 시애틀 지명타자 자리는 이미 지난해 44홈런을 친 넬손 크루스가 꿰차고 있다. 이대호는 개막 25인 로스터에 들어도 왼손 투수에 약한 왼손타자 1루수 애덤 린드와 플래툰 시스템으로 기용될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헤수스 몬테로, 스테판 로메로, 가비 산체스 등과 오른손 타자 1루수 자리를 놓고도 경쟁해야 한다.
이대호는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에 잔류하면 5억엔(50억원) 이상을 보장받으면서 팀의 중심 타자로 활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어릴 적 꿈을 택했다. “제 꿈이 일단 메이저리그 진출이었습니다. 많이 기다려준 소프트뱅크에 감사드립니다.”
물론 그도 이번 계약이 탐탁지 않은 건 사실이다. 이대호는 “사실 저도 첫 해부터 다년계약을 하길 원했어요. 그런데 시애틀에서 한국과 일본에서 제가 보여준 모습을 인정을 잘 안 해주는 거 같았어요”라며 짙은 아쉬움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대호는 ‘꿈’과 ‘자신감’을 재차 강조했다. “제가 1년 동안 잘해서 실력을 보여주면 내년에 더 잘 될 수 있는 거잖아요. 제 가치를 올릴 수 있는 기회라 좋은 것 같습니다.”
시애틀은 4월5일 추신수가 속해 있는 텍사스 레인저스와 개막전을 치른다. 이대호가 25인 로스터에 포함돼 메어저리그에 입성할 경우 그의 첫 상대는 절친 추신수가 되는 것. 그는 다부진 표정으로 마지막 말을 남기고 공항을 떠났다. “(추)신수는 지금 최고 위치에 있는 선수이고, 이제 저는 제일 아래에 있는 선수입니다. 따라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새로운 팀, 새로운 리그 모두 설레고 자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인천/권승록 기자ro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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