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재환이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KBO리그 SK전 9회말 1사 1·2루에서 끝내기 홈런을 친 뒤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팀 동료 민병헌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 시즌 기록한 9개 안타 중 5개가 홈런, 2개가 2루타다. 30타수 만에 이뤄낸 결과다. 프로 데뷔 9년차이지만 여전히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닌다. 9년째 거포로서의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아직 스스로 이를 입증하진 못했다. 지난 28일 2016 케이비오(KBO)리그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에스케이(SK)와 안방경기에서 개인 통산 첫 번째 끝내기 홈런이자 자신의 시즌 5호 홈런을 때려낸 김재환(28)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현재 홈런 부문 리그 공동 4위다. 팀 내에서는 민병헌과 함께 홈런 공동 1위다. 올 시즌 12경기에 나서 타율 0.300(30타수 9안타) 5홈런 12타점 장타율 0.867를 기록하며 두산 공격력의 주축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시즌 4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35(153타수 36안타) 7홈런 22타점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28일 경기에서 김재환은 1-1로 팽팽히 맞선 9회말 1사 1·2루에서 에스케이(SK) 박정배의 포크볼을 잡아당겨 우측 펜스를 넘기는 비거리 110m 끝내기 홈런을 터뜨렸다. 리그 1·2위 팀 맞대결을 위닝시리즈로 끝낸 한 방이었다. 그는 홈런을 때린 뒤 묵묵히 3루까지 돌더니 홈플레이트로 달려오면서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그가 경기 뒤 밝힌 소감은 특별했다. “그간 주목만 받았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나이도 가정도 있는 만큼 더 간절하고 치열한 각오로 더 열심히 잘 해보이겠다.”
인천고를 졸업하고 2008년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4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김재환은 거포 유망주였다. 그러나 프로 무대는 냉정했다. 포수로 좀처럼 자리를 잡을 수가 없었다. 이어 1년 만에 상무에 입대했고 팬들의 관심에서도 서서히 잊혀 가는 듯 했다. 그러던 2014년 52경기에 뛰면서 타율 0.306 3홈런 13타점을 기록하며 재기의 가능성을 보였다. 지난해부터 두산의 사령탑을 맡은 김태형 감독도 이를 눈여겨봤다. 김 감독은 “외야가 넓은 잠실에서는 박건우를 기용하고, 외야가 좁은 구장에서는 김재환을 내보내도 될 것 같다”며 김재환의 장타력을 십분 활용하고 싶다는 마음을 표하기도 했다.
김재환이 28일 내놓은 소감엔 그가 현재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김재환은 2014년 겨울 결혼했다. 현재 생후 5개월 된 쌍둥이 딸을 둔 아빠다.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한 타석 한 타석 치열하게 임하고 있다. 그는 “딸들을 보면 안 좋았던 기분도 좋아진다”고 했다. 권승록 기자ro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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