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 스타]
42살 최고령 프로야구 선수 최영필
42살 최고령 프로야구 선수 최영필
기아 타이거즈 투수 최영필이 지난달 29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공을 들어 보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기아 타이거즈 제공
등판때마다 기록이 되는 사나이 부상으로 2010년 리그 떠나
일본·멕시코 독립리그 전전
2014년 기아로 복귀해 완벽 부활
“투수인 아들과 함께 프로서 뛰고파” 정작 최영필은 담담하다. 그는 “개인적으로 세이브를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감독이 돌아가면서 마무리를 맡겼고 내가 기회를 얻은 것뿐이다”라고 했다. 최고령이란 사실도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야구를 참 오래 했다는 느낌이 든다. 비시즌 동안 준비해왔던 부분을 믿고 마운드에 서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데뷔는 순조로웠지만 개인적으로는 곡절이 많은 야구 인생을 살아왔다. 1997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한 뒤 개막 2번째 게임에서 그는 공 4개로 첫 승을 거뒀다. “어렵다는 데뷔 첫 승을 동기들 중에 제일 먼저, 그것도 너무나 쉽게 올려서 그랬는지 큰 감흥은 없었다.” 하지만 프로 초반 무대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그러고 나서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다. 부상도 많이 있었다. 가지고 있는 것만큼 야구를 잘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영필의 역대 시즌 최고 기록은 8승8패5세이브다. 2001년 현대에서 한화로 팀을 옮긴 뒤 2005년에 거둔 성적이다. 그해 준플레이오프에서 최우수선수(MVP)에 오르기도 했다. 상승세를 본격적으로 타는 듯했지만, 2008년에 팔꿈치 부상으로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뒤부터 제 기량을 찾지 못했고, 2010년에 자유계약선수(FA)의 권리도 행사하지 못했다. 그를 찾는 팀이 없었다. “FA가 어렵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한화에서 10년을 뛰었으니 내심 기대를 했다. 약간의 서운함은 있었다”고 털어놓은 그는 데뷔 이래 처음으로 소속팀이 없는 신세가 됐다. 그렇다고 야구를 놓을 순 없었다. “공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습이 아니라 실전 경험이 필요해 멕시코와 일본의 독립리그를 전전하기도 했다. 와신상담한 최영필. 2014년 기아와 5000만원에 신고선수로 계약하고 한국 무대로 돌아와 4승2패 14홀드 평균자책점 3.19로 부활했다. 연봉이 8000만원 상승한 지난해엔 5승2패 10홀드 평균자책점 2.86으로 자신의 진가를 증명해냈다. “여전히 10승 투수에 대한 아쉬움”을 갖고 사는 그의 현역 시절 마지막 꿈은 아들과 프로 무대를 함께 뛰는 것이다. “아들이 야구 시작한다고 했을 때 많이 반대했다. 이젠 아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함께 프로 무대에 올라보고 싶다.” 최고령 투수의 웃음이 어색하지 않다. 광주/권승록 기자 roc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