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이 16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2016 케이비오(KBO)리그 올스타전 식전 행사에서 팬들에게 사인해주고 있는 모습.
“주어진 시간은 8분입니다. 한 선수에게만 시간 다 투자하시면 다른 선수에게 사인 못받습니다.”
16일 오후 3시 2016 케이비오(KBO)리그 올스타전 식전 행사가 열린 서울 고척스카이돔 그라운드 사인회장. 자신의 순서가 되자 ‘우아아아아아!’ 소리를 내며 팬들 50여명이 일제히 이승엽 앞에 몰려들었다. 한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8분. 이 시간을 잘 요리해 10명의 선수들에게 골고루 사인을 받는 것이 유리하지만 팬들은 이승엽을 고집했다. 한국 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전설 이승엽에게 사인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팬들도 직감한 것.
“엄마, 지금 나 이승엽 선수 앞에 있어! 조금 뒤에 전화할게”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서둘러 전화를 끊는 삼성팬 이승현(12)군부터 “다른 선수들도 만나고 싶지만 이승엽 선수 사인이 더 급해요(웃음)”라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직장인 유미연(27)씨까지. 자신의 눈으로 조금이라도 더 오랜 시간 이승엽을 담고 싶은 팬들이 고개를 빼꼼 내밀고 발을 동동 굴렀다. 이승엽도 팬들의 사인과 사진 공세에 웃음으로 화답하며 하나하나 정성들여 이름을 적어나갔다. 이날 사인회는 총 400여명이 신청했고 엔씨(NC)의 나성범, 엘지(LG)의 히메네스, 삼성의 구자욱, 두산의 민병헌 등 인기 스타들이 자리했다.
나성범은 사인회 도중 한 팬으로부터 특별한 선물을 받기도 했다. 나성범의 아들 나정재군에게 전해달라며 장난감 선물을 받은 것. 이 팬은 그 안에 나성범과 같이 읽어달라며 편지도 담았다. 그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빠 나성범과 함께 올스타전을 찾은 나정재군은 그라운드가 자신의 세상인 양 엔씨 다이노스 마스코트 ‘단디’와 함께 뛰어놀았다.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전국이 흐리고 비가 내렸지만 고척돔에서 열린 올스타전은 차질 없이 진행됐다. 오후 2시께부터 고척돔 인근 1호선 구일역은 올스타전을 찾은 인파로 북적였다. 올스타전을 보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와 처음 고척돔의 위용을 눈으로 확인한 팬들은 “비가 와도 끄떡없네!”, “와 정말 크다”면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팬들은 올스타들의 사진이 새겨진 깃발 아래 모여 사진을 찍으며 프로야구 최고의 축제를 즐겼다. 글·사진/권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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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NC) 나성범이 아들 나정재군과 서울 고척돔 그라운드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16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2016 케이비오(KBO)리그 올스타전 식전 행사에서 나성범의 한 팬이 나성범의 아들 나정재군에게 전해달라며 준 선물.
야구팬들이 16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2016 케이비오(KBO)리그 올스타전을 보기 위해 야구장으로 향하고 있다.
16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2016 케이비오(KBO)리그 올스타전 입장을 위해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팬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