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야구·MLB

‘국민감독’은 박병호에게 무슨 문자를 보냈을까

등록 2016-09-05 17:50

이대호, 박병호와의 통화, 문자 내용 공개하면서
조심스럽게 부상 상태와 출전 의사 타진한 내용 밝혀
김하성, 고종욱, 박해민 젊은 선수들 눈여겨 보고
류제국에겐 “타자 상대하는 법 아는 것 같다”며 호평
한국계 해외선수들도 선발 검토하겠다고 밝혀
환하게 웃는 김인식 감독.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감독으로 선임된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KBO에서 2006년 1회, 2009년 2회에 이어 세번째 WBC 사령탑을 맡게 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환하게 웃는 김인식 감독.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감독으로 선임된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KBO에서 2006년 1회, 2009년 2회에 이어 세번째 WBC 사령탑을 맡게 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김인식(69) 감독은 2017 세계야구클래식(WBC) 사령탑 제안을 여러 차례 사양했다고 합니다. 고령인데다 건강 문제가 있었고, 후배들에게 길을 내주기 위해 보다 젊은 지도자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추천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극적인 프리미어12 대회의 우승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구본능 KBO 총재가 "이번만 마지막으로 (국가대표팀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끝내 거절하지 못했습니다.

이날 "걱정이 많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한 김 감독은 중요 국제대회마다 "쉽지 않은 대회다", "우려되는 점이 많다"는 말을 자주 하는 신중론자입니다. 하지만 대회마다 기적같은 명승부를 연출하고, 뛰어난 성적을 거뒀습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서 금메달을 시작으로 초대와 2회 WBC 대회에서 3위와 준우승이라는 성적을 냈죠. 그 점이 오히려 김 감독을 더 부담스럽게 만든 듯 보였습니다. 대표팀 전임감독제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김 감독은 "나를 비롯해 (앞으로 맡을) 대표팀 감독은 성적에 대한 부담이 클 거다. 프로팀을 맡은 감독들이 국가대표를 맡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으니, 전임감독제를 논의해 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감독은 대표팀을 맡은 소감을 비롯해 선수 선발 기준과 눈여겨 보는 선수들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습니다. 특히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선수들과 접촉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기자회견장이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습니다. 어떤 질의응답들이 오고갔는지, 주요 내용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웃음보가 터진 발단은 "해외파 선수들과 직접 접촉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김 감독은 "내가 먼저 접촉한 것은 없고, 이대호가 먼저 전화가 왔다. 부상이 없는 한 WBC에 참가하겠다고 하더라. 그리고 박병호에게 문자가 하나 왔다"고 답했습니다. 호기심이 발동한 기자들은 재차 질문을 던졌습니다.

기자 "뭐라고 문자를 보냈던가요?"

김 감독 "그게... 박병호 선수는 감독 된 거 축하한다고"

기자 "답장하셨나요?"

김 감독 "네 여기(기자회견장) 들어오기 직전에 했어요."

♣H기자 "혹시 뭐라고 답장하셨는지요?"

느릿느릿한 특유의 말투로 김 감독이 말했습니다.

"부상이 어떤지 궁금하다. 가끔 연락하기 바란다."

장타력이 뛰어난 박병호 선수를 선발하고 싶지만, 조심스럽게 선수의 의사와 부상 상태를 타진하는 김 감독의 모습이 기자들을 웃게 했습니다.

이날 김 감독은 눈여겨 보는 선수들의 실명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대표팀에 처음 발탁될 만한 젊은 선수가 있느냐는 질문에 김 감독은 "최종 엔트리에 들어갈진 모르지만, 예비엔트리에 들어갈 만한 선수로 유격수 김하성(넥센), 외야수 고종욱(넥센), 중견수 박해민(삼성) 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른손 국내 투수들 가운데 눈여겨 본 선수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엘지의 선발투수 류제국의 최근 모습이 시즌 초반보다 많이 좋아졌다. 공 빠르기는 (시즌 초반과) 큰 차이가 없는데,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을 아는 것 같다. 비슷한 유형의 투수 중에서 공만 빠른 선수보다는, 훨씬 낫지 않나라는 평가를 한다"고 답했습니다.

두산의 유희관처럼 국제대회에선 별로 인연이 없었지만, 국내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가 선발될 가능성에 대해선 "예비 엔트리에는 들어갈 것이고, 최종적으로 선발할 때에는 기술위원들과 함께 다양한 자료들을 검토해 결정할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김 감독은 "단순 승수보다는, 평균자책점이 중요하다. 특히 최종 선발할 땐 세부 성적들을 눈여겨 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한 달 전에 국내리그에서 홈런 20개 이상 친 타자들의 세부 자료를 뽑아보니, 외국인 투수에게는 고작 한 두개 밖에 못 친 선수도 있었다. 투수들의 실력을 a,b,c로 나누면, b와 c 등급 선수들에게 안타와 홈런을 많이 쳐서 성적을 냈을 수도 있다. 최종 선발에선 그런 부분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거꾸로 국가대표에 선발되고 싶으면 강타자나 에이스 투수를 상대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WBC 대회는 선수들의 국적 뿐 아니라 출생국가나 부모나 조부모의 국적으로도 출전이 가능합니다. 심지어 영주권만 있어도 출전이 가능해 지난 대회에선 호주 대표팀이 구대성의 선발을 고려하기도 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선수들 가운데에는 형제이자 둘 다 오른손 선발투수인 타이슨 로스(샌디에이고)와 조 로스(워싱턴), 한국계 선수인 템파베이의 포수 행크 콩거(한국명 최현), 어릴 적 미국으로 입양된 뉴욕 양키스의 내야수 레프 스나이더 등이 있습니다. 이 중 타이슨 로스는 지난해까지 샌디에이고의 에이스 선발투수였고, 조 로스는 올 시즌 95.1이닝을 던져 7승4패를 기록 중입니다. 하지만 두 형제 선수 모두 부상에서 재활 중입니다. 한국계 해외 선수들을 선발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 감독은 "알아보겠다. 미국이나 일본에 교포 선수들이 있는지, 어떻게 뛰고 있는지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습니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1.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2.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3.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4.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5.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