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경남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두산 선수들이 샴페인을 부으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스포츠단 업무나 상황이 거의 익숙해졌을 때면 (사장이) 바뀌고, 처음부터 다시 보고해서 익숙해질 만하면 또 바뀌고…. 계속 도돌이표예요.”
몇년 전 만난 한 스포츠 구단(야구단은 아니다) 실무진의 토로였다. 2~3년에 한 번씩 바뀌는 수뇌부 때문에 구단 운영이 계속 단절된다는 얘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룹에서 내리꽂는 낙하산 사장 혹은 단장이 스포츠단 업무에 익숙할 리 없다. 미숙함 때문에 현장과의 이견 대립도 잦다. 야구단도 다를 바 없다. 이런 의미에서 2016 시즌 한국시리즈는 시사점이 많다.
창단 첫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제패, 21년 만의 통합우승 등 김태형 감독의 지휘 아래 올해 두산이 일군 성과는 놀랍다. 하지만 두산의 ‘천하통일’ 이면에는 2군 인프라 구축과 지원 등으로 꾸준하게 화수분 야구를 일궈온 프런트가 있다. 김승영 사장, 김태룡 단장 등 구단 프런트 수뇌부는 1990년대부터 야구단에서만 25년 이상 근무한, 구단 운영에 있어서는 베테랑 일꾼들이다. 오랜 시간 야구단 안에서 축적된 노하우로 선수단 구성이나 운영, 그리고 마케팅 전략 등을 일관성 있게 이어오면서 지속 가능한 미래가 있는 팀을 만들었다.
자유계약(FA) 선수 영입 등에서도 과감히 선택과 포기를 했다. 2013년까지 외부 에프에이 선수 영입이 단 한 명(홍성흔 재영입)뿐이어서 “투자에 인색하다”는 평도 들었으나, 2014년 말 좌완투수 장원준에게 당시 투수 최고액인 84억원을 베팅하는 과감성을 선보이며 주위를 놀라게 했다. 장원준에 대한 투자는 2015, 2016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디딤돌이 됐다. 2004년부터 올해까지 두산은 단 3차례(2006·2011·2014년)만 제외하고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스포츠 구단 최초로 8년 연속 100만 홈관중도 넘어섰다. 여성 팬이나 직장인 등 특정층에 맞는 다양한 맞춤형 마케팅 시도로 얻어낸 결과물이다.
비단 두산뿐만이 아니다. 2011년 팀 창단 이후 1군 진입 4시즌 만에 한국시리즈에 오른 엔씨(NC) 다이노스 또한 프런트가 창단 때와 거의 같다. 이태일 사장은 팀 창단 때부터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있으며, 배석현 단장 또한 창단 때부터 야구단과 함께해왔다. 이들은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권위보다는 배려를 앞세워 엔씨가 단시간 내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키워냈다. 원정경기 1인1실 등의 새로운 시도로 선수단의 환영을 받기도 했다. 활발한 마케팅으로 올해 마산야구장 최다 관중 신기록(54만9125명)을 세우기도 했다.
10구단 케이티(kt)가 처한 환경(2년 연속 최하위)이 말해주듯 신생팀이 ‘프로구단’으로 리그에 자리잡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만, 엔씨는 1군 진입 두 시즌 만에 포스트시즌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올 시즌 기어이 가을축제 마지막 무대까지 올랐다. 베테랑 김경문 감독의 경기 운영과 더불어 안정된 프런트 조직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다. 2013년 창단 이래 사장이 3차례, 단장이 2차례 교체된 케이티와 비견되는 모습이다.
가을야구 진출의 필요충분조건에는 베테랑 선수가 있다. 더불어 지속 가능한 스포츠단 경영을 하는 안정된 프런트 조직도 있어야만 한다. 그것이 올해 한국시리즈가 보여준 또 다른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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